트랜스패런시(Transparency)
최악의 미세먼지로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심지어 실내에서도 마스크가 필수용품이 돼버렸다. 미세먼지의 원인도 투명하지 않다. 한국언론의 '중국발 미세먼지 책임'보도에 대해 중국은 자국의 미세먼지 농도가 최근 몇 년간 급속도로 개선 되고 있다며 적극 방어에 나서고 있다. 특히 2017년 베이징의 PM2.5 농도는 세제곱 미터당 58 마이크로 그램으로 4년 전 보다 35% 감소했다. 전년에 비해서는 20.5%가 줄어들었다. 중국의 미세먼지가 심해도 기류의 흐름에 따라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이렇게 따지다보면 중국 책임을 일방적으로 주장하기 어렵다. 창밖에 뿌연 풍경을 보며 평소 투명한 하늘도 귀한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전 의 일이다. 그 날은 휴일 오전이었다. 친구 초대를 받아 부부 동반 골프 라운딩 중이었다. 몇 번째 홀인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두 번째 스윙을 하고 걸어가려는데 페어웨이 잔디에서 뭔가 작은 빛이 반짝였다. 다이야 반지가 떨어져있었다. 흙먼지를 닦아내고 보니 큼직해 보이는 다이야 반지였다. 주머니에 넣어두고 게임을 계속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 정도 크기면 얼마나 나갈까? 경찰서에 신고를 해야할까? 클럽하우스에 갖다줘야하나? 온통 신경은 주머니 속 반지에 가있었다. 라운딩을 하는 둥 마는 둥 마쳤다.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보여주었더니 알이 꽤 크다고 경찰서에 신고하는게 좋겠다고 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알의 크기로만 볼때 시세가 수백만원은 되는 것 같았다. 묵은 때를 닦고 보니 다이야가 더욱 영롱하게 빛났다.
고심 끝에 보석가게를 하는 지인에게 전화로 문의해보았다. 인터넷의 내용과 비슷한 답변을 하며, 정확한 감정을 위해 직접 가져와 보라고 했다. 예물반지인데 팔면 얼마 받을 수 있는지 알아봐달라면서 그에게 보여주었다. 무게를 달아보고 한 쪽 눈을 찡긋감고 돋보기로 살펴보면서 감정서를 달라고 했다. 감정서의 유무에 따라 또 누가 썼는가에 따라 가격차이가 난다고 했다. 감정서는 분실했다고 둘러댔더니 전문감정사에게 평가를 받아 감정서를 만들라고 권하였다. 나는 동의하였다. 일주일 쯤 시간이 걸리며 감정이 끝나면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한 달 같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그에게 전화가 왔다. 낄낄대는 웃음 끝에 "그 다이야 가치가 없어. 가짜는 아닌데 품질은 많이 떨어진다네"라며 리모델링하라고 했다. 그의 말로는 다이야의 품질은 크기, 투명도, 색깔, 불순물의 비율에 따라 평가 가격이 달라지는데 이 다이야는 모든 기준에서 떨어졌다. 다이야의 품질 기준이 까다로우며 모든 다이야가 다 비싼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보석의 품질은 특히 투명도가 중요하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얼마 전 후배가 눈 수술을 했다. 사물이 선명치 않게 보여서 불편해했다. 수정체가 맑지 않아서 인공수정체로 교체했다. 수술 후 한결 잘 보인다고 했다. 그런데 한 가지 부작용이 있었다. 인공수정체는 원근 조절이 되질 않아 원시나 근시 한가지로 선택해야 했다. 유머가 있는 그 친구는 멀리 내다보고 살겠다고 원시를 택했다. 머지 않아 의료기술이 발달하면 더 나은 방법이 나올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었다. 최근 몇 년 사이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말을 자주 접한다. IT기술을 근간으로 투명성과 신뢰를 높이는 시대가 되었다. 디지털 기술은 정보 처리를 선명하게 해준다. 정보의 이동 속도, 저장 비용에 있어서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인공지능, 공유경제, 블록체인, 소셜미디어 등 우리 삶에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속도를 쫒아가기가 어려운 지경이다. 특히 우리의 법과 제도는 기술이 제공하는 투명성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택시 카풀, 블록체인 규제 등 여러가지 문제들은 기술 발전과 기존 산업의 패러다임의 충돌에서 기인하고 있다.
자기개발에 있어서도 투명성이 중요하다. 자신의 역량과 취향 등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1976년 존 플라벨은 '메타인지'라는 말을 처음 사용하였다. 메타는 '~에 대하여(about)'라는 의미의 그리스 말이다. 자신의 인지 과정에 관한 인지 능력, 내가 뭘 알고 뭘 모르는지를 아는 것이 메타인지이다. 우리는 메타인지를 통해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메타인지가 높을수록 학습 성취도가 높고 실제로 성과도 좋다. 플라톤은 동굴의 비유를 들어 동굴 벽에 비친 그림자 대신 동굴 밖에 존재하는 실체를 볼 것을 일깨웠다. 그런 후에야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