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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마코치 Mar 12. 2019

근시의 세상

기술문명과 근시

몽골에 다녀온 지인들로부터 그곳에 대해 들을 기회가 있었다. 보드카를 물처럼 마신다는 이야기며 겨울 추위가 장난이 아니라는 이야기, 평균적으로 사람들의 덩치가 좋다는 내용들이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그들의 시력에 대한 이야기였다. 몽골인들의 시력은 평균 4.0에 달한다. 대초원 끝을 접하듯 멀리 달리는 차량은 대게 희뿌연 먼지만 조그맣게 보인다. 그들은 놀랍게도 먼지 속의  그 차종을 식별할 수 있다고 한다.


몽골인들은 끝없는 들판과 초원이 펼쳐진 대자연의 환경에 노출돼 있다. 멀리 봐야 할 일이 많고 탁 트인 시야는 지평선과 친숙하다. 티베트 유목민들의 시력도 5.0 정도 된다. 낮에도 별을 볼 수 있다. 유목민들은 야생동물로부터 가축을 지키기 위해 넓은 면적을 눈에 불을 켜고 살펴야 한다. 시력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몽골인 가운데서도 도시 생활자들은 드문드문 안경도 쓰고 우리와 비슷한 시력을 갖는다. 시력은 환경의 영향이 크다.


유목민들의 독특한 산후 문화도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몽골과 티베트에서는 출산 후 아기와 산모가 삼칠일 동안 빛이 차단된 어두운 방에서 격리된 생활을 한다. 외부 자극에 면역력이 생길 때까지 시신경과 안구 세포를 빛으로부터 차단시켜 보호한다. 또한 그 기간 동안 태아의 눈은 한줄기 빛을 찾고자 예민하게 발달하게 된다. 겨울에 태어나면 시력이 좋은 것도 비슷한 이치이다.




휘황하게 밝혀진 도시의 불빛들은 새벽빛과 함께 잠이 든다. 빛은 우리에게서 밤을 빼앗아갔다. 전구로부터 시작된 전기, 전자 문명은 우리들의 시력을 지속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이른바 '근시 증후군'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로 볼 때 2050년이면 근시들의 세상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10억 명 정도가 실명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기술문명이 우리의 시력을 갉아먹고 있는 셈이다. 



그것은 마약과 같다. 우리를 신세계로 안내한다. 밤이 없는 나라, 그곳에는 '어두움'이라는 단어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종일 낮처럼 일할 수 있으며 불빛의 화려함에 취해 정신줄을 놓아버릴 수도 있다. 심지어 우리의 낮조차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휴식을 저당 잡힌 가운데도 문명의 이기들은 우리의 욕심을 재우지 않는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착한 아이'는 박물관 브라운관 TV 속에서나 만날 수 있을 듯하다.


근시 증후군의 세상은 사실 좀 걱정된다. 근시들의 세상이기 때문이다.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근시안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근시를 예방하려면 착한 아이가 되어 자연적인 삶의 방식으로 돌아가야 한다. 오랜 시간 길들여진 약쟁이처럼 그 후유증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다. 어쨌든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보자


무엇보다 어린 시절에 야외활동을 많이 해야 한다. 근시는 주로 초등학교 때 형성되기 때문이다. 밝은 태양 아래에서 3시간 이상 노출되어 놀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스마트 폰 화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줄이는 부가적인 효과도 있다. 잠을 잘 때 어두컴컴해야 한다. 불을 켜고 자는 어린이에 비해 후일 근시 유병률이 낮게 나타났다.


밤이 실종되면서 우리는 별도 잃어버렸다. 별을 보려면 도시지역을 벗어나야 한다. 주변광으로 방해받지 않는 곳이라야 별을 관찰할 수 있다. 밤을 빼앗긴 농작물들도 생육에 지장을 받는다.


밤은 깊은 어둠 속이라야 아름다울 수 있을 듯하다.



<참고 자료>


안경 낀 지구, 2050년엔 10억 명이 눈 멀 위기(2015 10. 13).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PRINT/71256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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