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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마코치 Mar 16. 2019

구름이 우리에게 하는 이야기

주차장에서 아주 오랜만에 구름을 보았다. 늘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지만 고개 들어 구름을 유심히 살펴본 것은 오랜만이었다. 바람의 방향이 바뀐 탓에 모처럼 먼지 걷힌 하늘은 유난히 파랗다. 한 움큼 뜯어 걸어놓은 듯한 솜사탕처럼 구름이 달달하게 느껴졌다. 구름은 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마음을 그리기 때문이다. 코끼리가 되기도 하고 물고기가 되기도 한다. 누군가의 얼굴로 비행기로 상상따라 변신한다. 공감하듯 우리 마음의 모양을 파란 캔버스에 그려준다.

우순풍조(雨順風調)
농사가 잘 되도록
비가 때 맞춰 오고 바람이 고르게 붐



농사짓는 일은 날씨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농사기술이 발달한 지금도 그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가뭄이 들면 기우제, 비가 많이 오면 기청제를 지냈다. 농업사회에서 왕은 신의 대리자로 신성한 존재였다. 자연재해는 왕의 신성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인식했다. 기우제는 대개 축생을 제물로 바친다. 고대국가에서는 왕이 물러나거나 심지어 왕이 제물이 되기도 하였다.


기우제는 대개 성공률 100%이다. 대개 비가 올 때까지 무한정 지내는 경우가 많다. 우리에겐 '인디언 기우제'로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중국의 순자는 이에 대해 극렬하게 비판했다. 기우제는 사기라는 주장이다. 어차피 기우제를 지내든 안 지내든 때가 되면 비는 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통치자의 입장에서 넋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민생에 관심이 없다는 불만이 폭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왕의 권력은 하늘에서 내린다고 믿었기에 자연재해는 하늘이 내린 권력의 정당성을 흔들기 충분했다.


농민뿐만 아니라 위정자들도 하늘 아래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구름 보기 풍속은 한 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농사점의 형태로 발전했다. 세조실록(世祖實錄)』 세조 9년 7 월초에 “장의사(壯義寺)에 거둥 하여 사리 분신(舍利分身)을 하였더니, 오색(五色) 구름이 나타나 백관(百官)이 전(箋)을 올려 경사스러운 구름(慶雲)을 하례하였다.”라는 기록이 나온다. 오색구름을 길조로 해석했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에도 구름의 모양으로 나라의 미래를 점치고, 하늘의 별들을 관찰하여 국사를 논한 장면이 보인다.


이렇게 구름은 자연의 조화로움과 풍요의 상징이자, 미래를 예지(豫知)하는 징조가 되었다. 두 해전 세월호 인양작업이 시작되던 날 원주 하늘의 구름이 파장을 일으켰다. 포스팅된 여러 장의 노란색 리본 모양의 구름사진은 기상청의 밋밋한 해석과 대조적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애잔하게 했다.


구름 보기는 추석의 날씨를 보아 한 해 농사를 점쳐보는 행위이다. 구름의 형태를 살펴 그 해 수확의 풍흉을 예견해보는 풍속이다. 추석에는 보통 일기(日氣)가 청명해서 맑아야 좋다고 여겼으며, 밤에 구름이 끼어 달빛을 가리면 흉년이 든다고 생각하였다.


구름은 몇 가지 종류가 있을까? 낯선 구름의 모습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궁금할 때 들여다볼 수 있는 게 국제 구름 도감이다. 기상학에 관심이 많았던 영국의 화학자 류크 하워드는 1803년 구름의 형태와 밝기, 구조, 높이 등에 따라 구름을 분류해놓았다. 이것을 기준으로 1896년 국제 기상 회의에서 처음 만들어져 지금은 150종이 넘는 구름이 등재되어 있다. 세계 기상기구(WMO)는 디지털 온라인판 구름 도감(https://www.wmocloudatlas.org/home.html)을 제작해 공개하고 있다. 온라인 도감에는 구름 사진과 설명, 동영상 등이 실려 있다.


이제는 미세먼지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하긴 했지만 맑은 날 고개를 들어 하늘 한 번 쳐다보자. 변화무쌍한 구름을 보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우리의 마음을 관찰해보자. 우리의 심상을 어떻게 그려내고 있을까? 오늘의 구름은 어제의 구름이 아니다. 단 한 번도 어제와 같았던 적은 없었다. 우리의 마음이 어제와 같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처럼.. 그것이 구름이 우리에게 주는 통찰이다.



<참고 문헌>


1. 구름 보기. 한국 민속 대백과사전. [2018.11] [cited 2019. 3.15]



2. 당신이 아는 구름은 몇 가지인가요?. 미래&과학. 한겨레. 곽노필. 2017.3. [cited 2019.3.15]


3. 온라인 구름 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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