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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마코치 Mar 18. 2019

지켜보는 자

명상에 입문할 때를 기억한다. 법당에서 방석에 반가부좌를 틀고 앉는다. 허리를 곧추 세우고 혀는 말아서 입천장에 놓는다. 명상은 부자연스러운 자세에 익숙해지는 과정 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앉아 눈을 감는다. 내 몸의 무게를 느껴본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이번에는 그 몸무게를 느끼려고 했던 자를 느껴본다. 눈을 감은 채 의식은 더욱 깊이 몰입한다. 그리고 다시, 그 몸무게를 느끼려고 했던 자를 인식하고 있는 자는 누구인가 관찰해본다. 관찰은 멈추지 않는다. 가만히 앉아 조금씩 깊이 의식 너머의 세계로 침잠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마지막 관찰자를 인식하는 단계다. 아놀드 민델은 그의 책 <명상과 심리치료>에서 이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할 때 '행하는 자' , '반응하는 자', 그 과정을 '지켜보는 자' 셋이 조응을 한다. 신비는 바로 세 번째 자 지켜보는 자가 움직일 때 일어난다. 다시 말해 그를 만나는 과정이 명상이라 할 수 있다.


반야심경은 대표적인 불경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은 불교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종교적인 이야기는 없다. 그것은 가장 콤팩트하게 정리해둔 명상 지침서다. 명상은 종교일 수 없다. '반야'라는 말은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이나 지혜가 아니다. 내면에서 피어나는 꽃이다. 철저하게 내면으로 침잠해 들어갈 때 캐어져 나오는 보석 같은 지혜다.


관세음(avalokita)은 깨달은 자(붓다)의 다른 이름이다. 문자 그대로 보면 '저 위에서 보는 자'를 의미한다. 초월의 경지에서 서서 지켜보는 자가 아발로기타다. 민델이 간략하게 정리한 과정의 각 프로세스마다 그곳의 관점이 있다. 곤충의 눈을 통해 보이는 세상의 사진들을 본 적이 있다. 내 눈으로 본 세상과는 많이 달랐다. 잠자리는 3만 개에 달하는 낱눈이 마치 360도 입체사진 카메라처럼 집약돼있다. 명암을 구분하는 홑눈도 별도로 갖고 있다. 개의 눈은 세상을 흑백으로 인식한다. 이렇듯 각자의 방식대로 세상을 사실로 인식하고 수용하고 있다. 우리가 눈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도 그중 하나이다. 가끔 해보는 엉뚱한 상상은 우리가 눈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이 실재로는 다른 모습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마치 적외선 카메라의 사진과 같은 모습이나 흑백사진의 모습이 진실이고 우리가 보고 있는 현실은 가공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같은 것이다. 초월의 경지에서 보면 세상은 낮은 단계의 환영일 뿐이다. 중생들은 그 환영에 매여 살면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수천 년 전, 멕시코 남부에는 '지혜로운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고대의 영적 지혜와 관습을 탐구하며 커뮤니티를 이뤘던 톨텍 인디언들, 그들은 아티스트들이었다. 톨텍 인디언들은 안개로 가득 차 있는 우리들의 마음을 '미토테(mitote)라고 했다.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난무하지만 누구 하나의 소리도 이해되지 않는 꿈속과 같다. 이것이 '미토테', 인간의 마음 상태이다. '미토테' 속에서는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볼 수 없다. 인도에서는 '미토테'를 '마야(maya)'라고 부른다. 환영이라는 의미이다.


우리는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이 환영의 세계에 태어나 살고 있다. 그것은 우리 자신의 믿음을 선택할 기회를 갖지 못하게 했다. 부모, 어른, 선생님으로 부터 전해진 정보에 동의하면서 그것은 신념으로 자리 잡았다. 잠깐 반항도 해보지만, 성인이 돼갈수록 길들여지고 무뎌졌다. 이카루스의 이야기에 속아 눈이 멀었다. 더 이상 주변에 널려있는 평범한 진리를 볼 수가 없다. 수레 앞에 매달아 놓은 먹이를 쫒아 몸에 묶인 수레를 끌고 개들이 열심히 달린다. 지쳐 쓰러지고 나서야 멈춘다.


우리의 참모습은 순수한 사랑이고 빛이라고 톨텍 인디언들은 말한다. 모두들 진리와 아름다움을 찾아 밖으로 밖으로 내달린다. 그것은 우리가 동의하면서 마음에 축적한 거짓말을 믿기 때문이다. 그것은 미토테, 마야이며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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