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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마코치 Mar 20. 2019

비루한 것들을 반복해내는 용기

어느 강연자의 사랑에 대한 정의

퇴근길에 어느 유명 강사의 유튜브 강연을 듣게 되었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사랑은 내가 집중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라는 그의 통찰이 마음에 와 닿았다. 그에 따르면, 사랑하는 그녀를 구하기 위해 차에 뛰어들 수 있겠느냐 라는 질문에 80%의 한국 남자가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지만, 결혼 후에 그녀와 매일 장을 보러 가지는 못하겠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세상에는 강력한 에너지체가 몇 가지 있다. 돈과 사랑은 그중에서도 가장 밀도가 높은 에너지 덩어리다. 우리 삶을 이끌어가는 강력한 동인이 된다. 돈과 관련된 많은 이야기가 있듯이 사랑과 관련된 이야기도 사람들의 관심이 크다. 그것은 우리에게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자유를 주어 몸과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우리들은 태어날 때 자신의 분량만큼의 에너지를 갖고 태어난다. 돈과 사랑은 후천적으로 자신의 노력에 따라 얻게 되는 추가적인 에너지이다. 선천적인 에너지의 절대량을 혁혁하게 늘릴 수는 없지만 이것들을 통해 어느 정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틀렸다. 돈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불행해지는 경우를 우리는 수없이 목격해왔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고 있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에 우리 자신조차도 연루되어있다. 우리 삶은 일종의 에너지 탈취 게임이다. 돈과 사랑이 부족하면 우리는 결핍을 느낀다. 게임룰은 더욱 복잡해지고 경쟁적이 된다. 삶은 게임에 속박당한다. 사람들이 돈과 사랑에 예민해지는 것은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더 많은 사랑을 얻기 위해 게임판의 플레이어로 최적화되어 살아간다. 플레이어들에게 돈과 사랑은 유한한 자원으로 인식된다. 그들에게는 이것은 제로섬 게임이다. 누군가 얻은 만큼 누군가는 내놔야 할 것이며 누군가의 기쁨은 또 다른 누군가의 불행으로 나타날 것이다.


돈과 사랑은 살아 있다. 자연의 법칙에 따라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이 이 둘은 있는 곳에서 없는 곳으로 흐른다. 또한 자신들이 머물 수 있는 조건적 환경에 머문다. 그 자리가 더 이상 머물 수 없는 곳이라면 스스로 흩어지고 만다. 돈을 쫓아다니지 말고 돈이 나를 따라오도록 하라는 옛말이 담고 있는 의미이기도 하다. 스스로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되고 나서야 이 둘은 내게 머물기 시작한다.


사랑은 일회적이지 않으며 일상의 비루한 것을 반복해내는 용기라는 말로 그는 강연을 마무리한다. 우리들은 그 에너지들을 갖기를 염원하지만 스스로 그것이 머물도록 그릇이 먼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많은 돈은 화를 부르고 커다란 사랑은 감당할 수 없는 비수가 되어 우리를 피폐하게 할 수 있다. 그것은 일상의 작은 일들을 기꺼이 반복함에서 시작되고 그럴 때 신뢰와 함께 귀한 가치를 만들어 낸다. 사랑은 사소한 실천들의 합이 날마다 빚어내고 있는 위대한 예술의 결과물이다. 우리는 그 특권을 미션으로 부여받은 아티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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