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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겔릭한

휘게 라이프 리뷰

by 타마코치

오디오 장비 중에 AMU(Audio Mixer Unit)라는 것이 있다. 오디오 믹서 유닛은 마이크, CDP(CD Player) 등으로부터 입력된 소리를 적절히 배합해 앰프로 보낸다. 엔지니어들은 눈과 귀가 예민하다. 오랜 시간 장비에 파묻혀 작업을 하다 보면 쉽게 피로해진다. 오디오 믹서에는 작은 노브(nob)들이 빽빽이 들어 차있다. 좋은 소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 노브를 조절한다.


오래전 엔지니어 선배로부터 노브 크기의 비밀을 들은 적이 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노브의 크기는 엄마 젖꼭지(nipple)의 크기와 거의 같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작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설계다. 진위여부는 확인하지 않았지만 그의 말을 듣고 장비를 만져보면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가 콜라병이 여성의 몸매를 연상시키는 유선형인 것도 비슷한 이유다. 머쓱하지만 인체공학적 디자인 설계라고 할 수 있다.


인체공학적 설계는 대뇌 보상회로를 활용한 접근이다. 인간은 오감을 통해 세상을 인식하고 느낀다. 인간이 다른 척추동물처럼 대뇌 보상회로를 갖고 있는 이유는 생존 필수 활동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다. 음식물 섭취와 섹스 같은 행위에 쾌감을 느끼도록 함으로써 개체가 유지된다. '휘게(Hygge)' 역시 이러한 접근의 연장선에 있다. 노르웨이어 '휘게'는 '웰빙'과 같은 의미이다. '포옹하다', '받아들이다'라는 뜻의 'hugge'라는 단어가 hug의 어원이다. hygge의 의미를 새겨보면 hug에서 유래됐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덴마크 사람들이 다른 유럽인들에 비해 더 행복해하는 이유는 워라밸에서 찾을 수 있다. 균형 잡힌 일과 여가를 통해 가족이나 친구들과 접촉하는 시간을 많이 갖는다. 그것을 휘게 라이프라 한다. 휘겔릭한 기분은 옥시토신이라는 신경호르몬을 분비시킨다. 옥시토신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스트레스와 두려움을 덜어주는데 주로 신체 접촉을 통해서 활성화된다. 그래서 옥시토신은 '포옹 호르몬' 또는 '사랑 호르몬'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휘게는 안락한 분위기 속에서 친밀함을 나누는 내밀한 활동이다.


휘게의 안락함을 만들어 주는 환경 가운데 중요한 요소가 빛이다. 직접적인 조명보다는 은은한 조명이 더 휘겔릭하다. 하루 중 가장 편안함을 주는 자연광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은 동이 틀 무렵과 해 질 무렵이다. 해가 하늘에 낮게 떠 있어 따스하고 은은하게 빛이 분산된다. 그 마법의 시간은 우리에게 평안과 영감을 준다. 전통적으로 동양의 수행자들은 이 시간 동안 선정에 들기를 선호한다. 내면으로 더욱 깊이 침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빛의 색온도로 보면 노을빛은 켈빈(K) 1,800도 정도다. 장작불이나 촛불과 같은 밝기다. 형광등이 5,000도, 백열전구가 3,000도인 것에 비하면 어둑어둑하다.


덴마크 사람들은 휘겔릭한 빛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촛불에 대한 선호가 높다. 덴마크 사람들의 촛불 사랑은 유별나다. '분위기 깨는 사람'을 '촛불을 끄는 사람'이라는 뜻의 뤼세슬루케르(lyeselukker)라고 부를 정도다. 양초를 태워 신속하게 휘겔릭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리고 베이컨을 나누며 휘게를 즐긴다. 덴마크의 베이컨 소비량 또한 엄청나서 무언가 비교를 할 때 그들의 일인당 연간 베이컨 소비량을 기준으로 삼는다. 정리해보면 덴마크인들은 1인당 약 3킬로그램의 베이컨을 소비하며 양초는 그것의 두배인 6킬로그램을 소비한다.



휘겔릭한 환경으로 관계는 더욱 친밀해진다. 친밀한 관계는 우리에게 얼마만 한 가치가 있을까? 2008년 영국에서 실시된 '친구, 친척, 이웃에 가격표 매기기-삶에 대한 만족도 설문조사로 대인관계에 값 매기기'라는 연구 결과가 흥미롭다. 사교 활동에 많이 참여할수록 삶의 만족도가 증가했는데, 그 가치는 연간 8,500 파운드(한화로 약 1억 2,000만 원)의 추가 수입을 얻는 것과 같았다.


덴마크 사람들은 자전거 또한 사랑한다. 이동수단을 이용하는 사람의 45퍼센트가 자전거를 이용한다. 자전거 타기는 개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지역 공동체도 단단하게 한다. 2012년 스웨덴에서 자국민 2만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출퇴근 거리가 늘어날수록 이웃과 교류가 줄어들고 지역사회에 대한 소속감이 떨어졌다. 다시 말해 장거리 출퇴근을 할 수밖에 없도록 설계되면 도시의 사회적 건강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즉,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많다면 건강한 동네에 산다고 말할 수 있다.


그들에게 휘게는 안락함을 만끽하는 것이다. 만끽한다는 것은 감사한 마음을 간직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감사는 일상에서 주고받는 상투적인 감사의 말이 아니다. 그 보다 더 깊은 의미를 갖는다. 시혜가 반복되면 권리로 여긴다는 말이 있다. '받은 복을 세어보아라~'라는 찬송가 구절처럼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복들을 세어볼 일이다. 요즘 다시 매일의 일상에서 누리는 복들을 세어본다. 감사일기가 그것이다. 신기한 것은 세면 셀수록 늘어난다. 감사는 감사를 부른다는 말을 실감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살아가는 순간에 집중하며 돌보는 것 그것이 휘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들과 휘겔릭한 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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