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쟁 Mar 24. 2022

오늘부터 승무원

둥지를 떠나다

 E항공사의 마지막 최종 면접을 앞두고서야 세계지도에서 U.A.E가 어디있나 찾아봤다. 합격이 되면 당장 가서 살아야 할 나라이지만 내게 그곳이 어디건 크게 상관없었다. 당시 나이 스물 넷, 대학 졸업반이었다. 속된 말로 지잡대 출신에 독립이 절실했던 나는 내일 당장 나가 산대도 부모님과 함께 사는 집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했다. 당시 어마어마했던 경쟁률 앞에서 쫄지 않았던 이유도 나한텐 내가 되느냐 안되느냐, 50대 50의 확률이었기 때문이었다. 긴 기다림과 여러 차례 이런저런 핑계로 서울로 몰래 면접을 보러 다니던 나는 최종 면접을 앞두고 서울행 버스표를 끊고서야 집에 알렸다. "나 두바이 가서 살아야 할지도 몰라" 세계지리와 역사 덕후인 남동생은 무슬림 문화권에 간다고 나보다 더 흥분하며  누나는 이슬람 문화를 알기는 아냐고 했고 엄마는 모르긴 몰라도 딸의 이른 취업을 반기는 눈치였다. 그런 엄마의 반응에 서운할 새도 없이 나는 이번 기회에 무기력함과 우울함이 함께 자라던 내 마음의 둥지를 떠날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었다. 따뜻한 가을 햇볕이 내리쪼이는 거실에서 서먹하게 나누던 대화가 어제 일같이 선명하다. 그렇게 떠나고싶던 좁은 도시였고 탈출하고싶던 방구석이었지만 내가 살던 우리집은 그해 겨울, 모래바람이 부는 사막땅에서 내가 유일하게 그리워할수 있는 나만의 신기루가 되었다. 그렇게 각자의 신기루를 품은채 세계각국에서 20대 남녀가 모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밤비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