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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쟁 Mar 24. 2022

방황하며 나는 새

오늘부터 승무원

 두바이에 있는 E항공사는 200개가 넘는 국적의 승무원이 한 회사에서 일하는 항공사로 유명하다. 비행기에 탑승하는 것만으로 도착지로 날아가는 동안 다국적 승무원들과 세계여행을 할 수 있다. 그 점에 나는 매료되었다. 20대의 나는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아 방황하고 어딘가에 속하고 싶었다. 휴대폰 연락처에 300명 가까이되는 친구 목록이 있었지만 생일파티는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공허하고 무료했다. 잘 노는 친구들이 가는 클럽에는 한 번도 안 가봤고 그렇다고 공부를 좋아하지도 않았으며 별다른 취미는 없이 도서관과 집을 오가고 공연히 두 개나 든 대학교 동아리 활동을 핑계로 노는 것이 참 좋은 '묵고 대학생'의 전형이었다. 하지만 이 세상 어딘가 분명 내가 온전하게 속한 곳이 있으며 나도 신명 나게 살아보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쓸모 있어지고 싶었다. 그렇게 독립에 대한 갈망은 내가 살던 도시를 벗어나고 우리나라도 아닌 처음 들어보는 나라까지 가 닿았다. 세계 각국의 낯선이가 모여서 다른 낯선이들을 맞이한다는 그 일자리에 끌렸다. 모두가 다 뭔가 안다는 듯 자기 꿈을 좇아 열심히 사는 곳에서 나만 이방인처럼 느껴졌는데 그곳은 나도 너도 우리 모두가 이방인이라니... 내겐 승무원이라는 직업적 특색보다는 그런 다양성과 낯섦이 나를 두바이, E항공사로 초대했다. 그리고 이후로 수많은 아웃사이더들을 만났다. 내가 승무원 생활에 관한 책을 쓴다면 바로 이 아웃사이더들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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