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쟁 Apr 10. 2022

엄마의 색깔

퍼스널컬러의 본질

 엄마를 떠올리면 까만 눈동자가 생각난다. 선명하고 맑은 흑요석 같은 눈동자. 엄마는 염색한 갈색모보다 검은 머리카락이 잘 어울렸다. 나는 아빠를 닮아 눈동자 색도 밝고 흑발은 칙칙해 보이는 편인데 엄마는 검은색이 엄마를 더 환하게 밝혀주는 것 같이 보인다.  


 그리고 엄마를 생각하면 팥죽 색도 떠오른다. 엄마와 나는 립스틱을 사러 같이 가면 각자에게 잘 어울리는 색을 찾아내면 서로 추천하면서 발라보곤 했다. 엄마에겐 보랏빛이 도는 핑크색 립스틱이 잘 어울렸다. 내가 바르면 "아, 당장 수액 맞으러 가야 할 것 같아 보이는데." 하고 씁쓸해지던 색이 엄마에겐 찰떡같았다. 실제로도 팥죽을 좋아하는 엄마에게 "엄마, 엄마가 팥죽 좋아하는데 그 팥죽색이 참 잘 받아. 입에 묻어도 이쁘네" 엄마는 "그냐, " 하고 웃으시더니 "그래서 너는 김치찌개를 좋아했나 보다."하고 농담이지만 정확한 진단을 해서 웃었다. (나는 윤광이 약간 있는 주황빛이 잘 받는다.) 


 그래서 나는 길을 지나다가 보기 드물지만 검은 트렌치코트를 발견하면 아, 엄마 거다. 하고 돌아본다. 예전엔 지체 없이 가게로 들어가서 사다 주곤 했는데 내 식솔이 생기고나니 살까 말까 고민만 하다 가게에 들어가 볼 엄두도 못 내보고 지나가는 날이 더 많아졌다. 나무도 계절에 따라 옷을 갈아입는데 60번 하고도 몇 번 더 많은 사계절을 지나는 우리 엄마는 계절을 지날수록 자기 색깔이 돋보이는 옷차림 대신 한 겹 한 겹 옷을 벗어내는 것만 같다. 거의 맨살이 다 되어 무슨 옷을 입어도 그 사람인 것 같은 그런 때가 되면 헤어질 시간이 되려나 싶게, 자신을 남들 사이에서 돋보이기보단 그냥 인간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신기하고 우아하게도 느껴진다. 그게 딸인 내 마음을 아프게도, 진심으로 고맙기도 하다. 그런 엄마의 모습이 내가 한창 빠져있는, 퍼스널 컬러의 본질이 아닐까 싶다. 내 것이 아닌 것은 내려놓지만 내 것을 지켜내는 신념과 자신감으로 덧입혀진 인간의 내면 모습. 대중탕에서 등만 보고도 알아지던 낯익은 우리 엄마 맨살이 그립다. 퍼스널 컬러의 진단의 기본이 가장 본질로 돌아가는 그런 여정이 되길 엄마의 눈동자를 생각하며 바라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