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와 흉터에 관하여
승무원은 잘 다친다. 베이고 데이고 어딘가에 부딪힌다. 일을 마치고 호텔이나 숙소에서 샤워를 할 때 어디를 다쳤는지 구체적으로 알게 된다.
쓰리다. 아프다. 그리고 이내 잊혀진다.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낯선 호텔 천장을 바라보며,
"아, 78K 오렌지쥬스!"하고 착륙 8시간 만에 잊어버린 승객의 주문을 읊는 것도 그 상처 중의 하나이다. 브레인데미지. 밤낮없는 업무로 나는 뇌를 다쳤다,고도 할 수 있다.
이번에 쓰는 글들은 상당수 이 상처들에 관한 이야기다. 이미 오래 전부터 망가져온 기억력을 살리자니 '사고를 당한' 장소를 먼저 떠올리는 것이 환자 입장에서 쉬울 것 같았다. 그래서 장소별로 이야기를 풀어가겠다. 어디에서 누굴 만나서 어떤 상처와 흉터가 남았는지. 승무원의 내밀한 공간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덧붙이자면 그때 웃다 생긴 주름도, 전보다 조금 침착해진 성격 또한 흉터의 일부임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