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어쩔 건데>
3. 번개
쾅쾅쾅, 문을 부서져라 두드리는 소리가 온 동네를 울렸다. 아무리 드문드문 집이 떨어진 제주라지만 어제 막 이사 온 이웃집에 태풍이 몰아치는 아침 댓바람부터 무슨 일인지 다들 궁금할 터였다. 복희가 대문가에 이르렀을 땐 이미 문을 열고 나온 옆집 할머니, 옥상에서 화분을 들이던 이웃 아저씨까지 온 동네 구경거리가 되어 있었다. 몰아치는 비바람에 속에 대문을 두들겨 대는 소리에 이웃집 개들까지 짖어 대서 온 동네가 사물놀이 한판 벌어지는 듯 시끄러웠다.
처음엔 대문만 두들겨 대던 바깥에서 이번엔 목소리 높여 소리치기 시작했다. 젊은 남자의 쇳소리 섞인 목소리였다.
“안 나와? 온영걸이! 영걸이 새끼야!”
복희는 대문가에 이르렀다가 자기 남편의 이름을 거칠게 불러 대는 남자 목소리에 움찔 놀라서 뒷걸음질 쳤다. 마침 화장실에서 휴대폰을 손에 들고 놀란 눈으로 나오는 영걸과 눈이 마주쳤다. 영걸은 복희를 향해 고개를 저어 보이며 어깨를 으쓱했다.
“몰라.”
영걸은 이어서 방에서 나오던 마음이에게 손을 저어서 들어가 있으라 신호했다. 마음이는 궁금함을 참지 못해 슬리퍼를 꿰신고 나서다 이내 낮은 담벼락 너머 이웃들의 시선이 부끄러워졌다. 마음이는 그대로 얼음이 된 듯 부엌 문지방을 밟고 섰다. 벽이 이웃들로부터 마음이를 가려주었다. 영걸은 턱을 문지르며 대문가로 삼선 슬리퍼를 끌고 걸었다. 빗물에 진흙탕이 된 마당을 지나는 영걸의 발걸음은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았다. 적당히 생각할 시간을 벌려는 듯.
우산 없이 저벅저벅.
마당을 가로지르는 동안 영걸은 면도한 지 오래되어 까끌한 수염 난 턱을 문지르며 습관처럼 오늘 사건의 단서이자 범인, 즉 대문 밖의 인물을 추측하려 애썼다. 물론 영걸의 빠른 계산으로 누구일지 짐작 가는 바가 있었지만 차마 아는 척을 할 수는 없는 노릇. 영걸은 대문에 가까이 가서 이중 잠금장치용 손잡이를 한 번 더 잡아 걸고 서서 헛기침을 했다. 성인 남자가 까치발을 들면 담 너머가 빤히 보이는 제주 돌담집에서 이중 잠금장치가 필요 있을까 싶지만, 영걸은 이 순간만큼은 대문에 의지하는 모양이다.
“크흠, 거 누구요? 누군데 아침부터 이 난리요?”
“나? 내가 누구냐고? 너랑 바람난 강솔희 남편이다, 이 새끼야. 문 안 열어?”
“허, 헛, 누구요?”
복희는 눈에 힘을 주며 영걸을 노려본다. 영걸은 그런 복희를 돌아보다가 아내의 눈빛에 감전된 듯 뜨끔한 표정으로 살짝 비틀거린다.
“내가 미쳐…”
마음이는 문지방을 발로 꾹 밟으며 토할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마음이는 속이 뒤틀리는 기분으로 발의 아치가 아파오도록 문지방을 더 세게 밟았다.
“빨리 처리해.”
복희는 영걸에게 날카로운 눈빛을 거두고 대신 낮게 읊조린다. 두 달 만에 남편의 두 번째 내연녀를 알게 된 여자. 복희는 처참한 표정이어야 맞지만, 오히려 체념한 듯 보였다. 복희는 문지방을 밟고 서 있는 마음이의 발에 시선이 꽂힌다.
“복, 달아나, 이년아.”
복희는 문지방을 밟고 선 마음이의 발을 다리로 휙 걷어차 버린다.
“아아, 왜 나한테 난리야.”
마음이가 문지방에서 미끄러지며 중심을 잡으려 벽을 붙잡고 서서 투덜댔다.
‘달아날 복이라도 더 있을까, 우리 차 여사….’
마음이는 한편으론 엄마가 아직은 욕지거리할 생기라도 남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