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취미 생활

취미 생활의 키워드

by 곶감이

내 친한 동생의 취미이자 스트레스 해소법은 슬픈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이다. 실컷 울고 나면 세상이 맑아 보인 댔다. 이 친구를 만나면 언제든, 누구라도 호기심이 당기는 다큐멘터리나 영화를 추천받을 수 있었다. 내 동생은 중고등학교 때 지도를 그렸다. 당시에 이미 지리 역사 분야는 대학 서적을 읽었을 정도로 지리, 역사 덕후인 동생인 나와 첫 해외여행인 터키 여행 당시에는 본인이 직접 이스탄불의 이곳저곳을 가이드할 수 있게 역사적 지리적 정보들을 큐레이션 해왔었다. 고등학교 절친은, 이 친구야말로 공부 다음으로 잘하는 게 노는 거라서 이것저것 취미 생활이 많았고 매번 진심을 다했다. 고등학교 때는 십자수를 좋아해서 동아리를 만들고 교내 전경을 십자수 도안을 만들어서 전시하기도 했었다. 한자리에 앉아 있기를 거부하는 나 같은 들썩 궁둥이는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히는 도안이었음을 이십 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한다. 내 친구는 또한 이승환의 오래된 팬으로서 세 남매의 엄마이자 워킹맘이면서도 시간을 내서 매해 환님의 콘서트를 찾아다녔다. 요즘엔 뭘 좋아하나 물었더니 니팅, 뜨개라고 한다. 대학 시절에 이미 직접 뜬 목도리를 선물 받았었는데 하는 기억에 예사롭지 않아 최근 작품 사진을 하나 보내달라고 했더니 깜찍하고 정교한 인형 사진을 보내왔다. 당장 사고 싶을 만큼 예뻤다. 친구는 다니는 직장 그만두고 공방 하고 싶다고 했다. (돈이 없어 다행이었다.) 덕질이 직업이 되는 세계다. 본업보다 취미에 진지해질수록 삶의 농도가 짙어지는 것 같다. 쓸모없어 보이는 취미도 진심으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언젠간 다른 이들에게도 쓸모 있는 일로 재생된다. 남들 손에 버려지는 쓰레기를 다루는 일일지라도 본인은 그 일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사랑의 힘은 썩어가는 것들마저도 비료로 내어주게 되어있음을 믿는다.


내 취미는 취미라고 말하기엔 위 사람들에 비하면 워낙 발 담근 기간이 짧고 그 지식도 얕아서 특정 짓기 어렵지만 키워드는 ‘사람’인 것 같다. 좋게 포장해 보자... 이전의 직업도 다른 무엇보다도 사람이 좋아서 오래 했던 것 같고 (그 외의 단점들도 다른 장점들도 많은 직업이었지만 그만두고 나서는 사람만 그립다) 대체적으로 어떤 무리에 들면 어느새 사람들 사이에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는데 그런 내 내 의지라기 보단 본능에 의존했을 때 생기는 일들이었다. 지금 하는 공부 역시 사람 만나고 돕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게으르고 미루기 일등인 성격에 글쓰기를 새로 시작한 것 것 역시 글쓰기 자체보단 사람이 좋아서 하는 것 같다. 사람을 사랑하는 나? 내가 나 자신을 알기에 대단한 어폐가 아닐 수 없지만 뭐 내 친구도 털실까지 본인이 만들지는 않으니.... 좋아하는 것에서 시작해서 사랑하기까지의 여정이 바로 취미생활 아닐까. 호기심과 관심을 넘어서 사랑하게 될 때까지 나의 사람 좋아하는 취미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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