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내 뱃머리가 어디를 향할지
가르쳐 주는 등대
그 등대 하나만으로도 배울 게 많다
기다란 방파제 옆으로
빨강 하양 등대가
서로 마주 보며 서 있다
그래.
한치도 안 보이는 깜깜한 밤중에
너희들은 안 무서웠겠냐
일면식도 없는 방랑객들에게
굳이 눈이 되어 주겠다고
두려움도 외로움도 포기했다
그 희생양의 보답인 듯,
두 개의 방파제 양 끝에서
그들은 서로를 비춘다
그 빛은
나아갈 일 없는 자기들 삶에 대한
가녀린 위로이다
그럼에도 누군가의 나아갈 길을 위해
한평생을 바쳐야 함에 보내는
따스한 격려이다
그들은 그렇게
위로와 격려를 뿜으며
저 위대한 일을 해내고 있다
*거제 장승포에는 저렇게 예쁜 두 등대가 나란히 서 있다.
문득, 그들을 바라보다,
함께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난 글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