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일기] 불안 심리학

by 웃는샘 이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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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하면 아마 스트레스는 받겠지요.

그런데요…….

뭘 잘 못 하면 더 스트레스 받아요.

그러니

그냥

해야겠어요.


큰 아이가 4학년이다. 학습적으로 뭔가를 배워나가야 할 나이라 생각한다. 집에서 수학 2바닥, 국어 2바닥, 일기쓰기, 10분 영어리딩이 고작이다. 물론 피아노는 사교육의 힘을 빌리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벌써 한자, 영어 문법, 코딩 등등 벌써 시작하고도 남았다. 하지만 ‘내 마음대로, 억지로는 시키지 않으리.’라고 다짐에 다짐을 했던 터라 몸 속 사리를 쌓아가며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 날 자려고 누웠는데, 아이가 날 불렀다.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엄마, 내가 뭘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응? 그게 무슨 말이야? ”

“친구들은 학원을 네, 다섯 군데는 기본으로 간다는데. 난 너무 안 하나 싶어서.”

“넌 뭘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뭐, 하고 싶은 거라도 있어?”

“사실……, 아직 그걸 잘 모르겠어서요. 근데 뭘 안 하고 있으려니 좀 그래서요.”

“너 불안하니?”

“네. 그런 것 같아요. 강제로라도 좋으니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거 좀 시켜주세요.”

“너 스트레스 받을까봐 안 한 건데?”

“안 하고 있는 것도 어차피 스트레스에요. 나중에 못하는 것은 더 스트레스고요.”

“아……, 그래? 알겠어. 엄마가 생각해 보고 말해줄게.”

아이가 불안해 했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미안한 마음도 들었고, 내가 그동안 기다렸던 반응이어서 그런지 조금은 기뻤다. ‘뭘 해야 할까?’라고 생각하며 내가 더 설레이기도 했다.

부모들과 선생님들은 이런 아이들의 불안 심리를 노려야 한다. 물론 모든 아이들이 그렇진 않겠지만,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누구보다 뒤처질까 봐 무서워한다. 뭔가를 잘하지 못해서 힘들게 될까 봐 걱정한다. 그래서 굳이 엄마나 선생님이 먼저 나서서 시킬 필요는 없는 것 같다. 필요로 하지 않고, 원하지 않는 때에 누군가로 인해 억지스럽게 하다 보면, 도리어 싫어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영어선생님 아이가 영어만 보면 기겁을 하는 중딩으로 자란 사례도 본 적이 있다. 논술선생님 아이가 한 문장의 글도 적기 싫어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것들은 고민해 보되, 그런 게 있다는 정도로만 안내해 줘야 한다. 이것을 배워서 하게 되면 어떤 점이 좋고, 잘못하게 되면 어떤 점이 불편할 수 있는지도, 왜 필요한지도 처음엔 안내만 해준다. 그다음에 아이에게 선택하게 하고, 나처럼 도를 닦으면서 기다려보기도 해야 한다. 정보만 잘 제공해주면 아이 본인은 스스로 생각하여 결정하게 된다.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해야 엄마 탓, 선생님 탓을 하지 못한다.

결국, 큰 아이는 영어문법과 단어 5개씩 외우기, 나의 예시목록에 없었던 중국어를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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