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일기] 겉보단

by 웃는샘 이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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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아는 사실임에도

다들 겉을 더 챙기지요.

속이 썩어가는 것도 모른 채.



어느 날 SNS 속 지인의 생활을 엿보게 되었다. 신랑에게 사랑받고, 좋은 백을 선물 받았다고 자랑하고 있었으며, 아이에게 무한한 애정을 주고 있었다. 여유 있게 퇴근 후 신랑과 맛집 데이트도 즐기고 있었다. 나는 칼퇴근 후, 집으로 투잡을 뛰러 또 출근했는데……. 아이들 수학, 영어 봐주고, 신랑 설거지 해놓은 거 뒷정리해야 하고, 숙제 안 해놓은 애들에게 고함 한 번 질러주고, 읽은 책 제대로 안 꽂아놨다고 열 번은 째려보면서, 나만의 시간 ‘10시’가 되기를 꿈꾸며 이렇게 도를 닦고 있는데……. 왜 저 친구는 저렇게 여유 있고, 연꽃에서 나온 심청이 마냥 사랑스러울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이런저런 우울한 생각으로 캔 맥주를 들이키며 그날 밤을 지새 웠었다. 그리고 며칠 후, 나는 그 SNS 속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만나자마자 그 친구는 신랑 험담에, 아이에 대한 속상함으로 울상을 짓는 것이었다.

“다 그래. 그럴 수 있어.”라고 나는 그녀를 위로해 주면서 말했다.

“나는 너 엄청 좋아 보여서 부러웠었어. 나만 왜 이런가…… 싶어서. ”

그 친구가 말했다.

“다들 너무 예쁘게 잘 사는 것 같잖아. 그래서 나는 좋은 것만 올려. 올리는 순간엔 관심받는 것 같아서 얼마나 좋다구. 다들 ‘우와!’ 하고 날 부러워 해. 내 생활 속에 좋은 것만 고르고 골라서 그렇게 보여주고 싶더라고. 이것도 중독이더라.”

난 물어보았다.

“그럼, 속상한 마음이 좀 나아져?”

SNS를 잘 못 하는 나로서는 정말 궁금했다. 겉을 윤기나게 해놓으면 속도 덩달아 예뻐질까? 만약 그렇다면 나도 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이렇게 대답했다.

“전혀.”

그러면서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사실은……, 점점 내 마음을 숨기게 되더라고. ‘사람들은 나를 이렇게 보겠지.’라는 생각 때문에 화나고 속상하고 내 약점이 될 수 있는 뭔가는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아.”

나는 그 친구에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너 외롭겠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에 신경을 쓰며 산다. 열매가 알차게 영글도록 영양제와 꾸준한 보살핌을 주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 속이 잘 여물어 가도록 깊이 관심을 쏟아야 한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자신을 사랑해 주고 토닥여 줘야 한다. 뭐, 내 흠이 좀 보이면 어떤가? 사람들은 겉 속이 다른 완벽한 사람보다, 친구 같은 공감되는 사람을 더 좋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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