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일기]그 정도는 괜찮아

by 웃는샘 이혜정
나혼자그냥철학 38.jpg


누가 네게 뭐라고 했어?

뭐? 널 싫어한다고?

그럼 모두가 널 좋아하는 줄 알았니?

10명 중 2명쯤은 싫어한대.

아직 1명이니까,

그 정도는 괜찮아.

너도 모두를 좋아하진 않잖아.



가족끼리 나들이를 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내 준비를 마치고, 나는 세 남자의 옷차림새를 점검했다. 결혼 11년 차쯤 되니 이제 신랑은 그런 나를 그러려니 보고 있다. 그런데, 이 꼬맹이들이 뭐라 한다.

“엄마, 그냥 아무거나 입고 나가면 안 돼요?”

“안돼. 우영이 너 얼굴 로션 발랐니? 거칠어 보이잖아. 화정아, 티셔츠가 이젠 좀 작네. 다른 옷 꺼내 입을래?”

아이들은 귀찮은 듯, 처벅 처벅 걸어서 자기들 방으로 들어간다.

“헤헤. 아빠 봐라. 한방에 통과하잖아. 너희들 좀 잘할 수 없냐?”

신랑은 아들들 약 올린다고 또 신났다. 그리고 눈치 없이 한마디를 더 보탠다.

“너희 엄마는 남들이 어떻게 보는지 그걸 엄청 신경 쓰거든. 너흰 아직도 모르냐? 으이구, 눈치 없는 것들.”

‘헉, 눈치가 없는 건 당신이거든.’

난 또 신랑의 솔직하고 생각 없는 말에 심각해졌다. 그래 맞다. 맞는 말이다. 나는 남들 눈에 내가, 우리 가족이 어떻게 보이느냐가 엄청 중요하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많은 또래 아줌마들이 ‘쟤 잘하고 있나? 어떻게 하는지 보자.’하며 감시하는 것 같다.

예전부터 누군가에게 상처받는 게 싫어 ‘남 말은 하지 않으리.’라며 다짐을 해왔었다. 그래서인지 남들을 자주 보지도 않고, 만나더라도 상대의 말을 들어주는 입장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은 날 좀 믿음이 가는 사람, 말을 전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지, 남 얘기를 그렇게 하더라. 누구는 어떻고 저떻고. 그리고 나는 더욱 말문을 닫게 되었다. 혹시나 누군가가 나를 저렇게 씹어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날 밤, 나는 아이들이 잠든 후, 캔맥주를 하나 집어 들었다. 신랑이 웬일인지, 앞에 앉는다.

“아까 내가 한 말 때문에 그래? 다들 남들 눈 의식하지. 안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당신. 당신은 아무 신경 안 쓰잖아.’

“여보, 내가 좀 유별나?”

“난 네가 좀 편하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서.”

“그냥, 남들이 날 싫어 할까봐, 그게 좀 두렵네.”

“누가 싫어하면 좀 어때? 내가 더 좋아해 줄게. 됐지?”

그냥 막 내뱉은 그 말이 나에게 적잖이 위로가 되었다.

문득, 예전에 티비에서 들었던 2:6:2의 법칙이 생각났다. 열 사람이 모이면 열 중 둘은 날 좋아하고, 여섯은 나에게 관심이 없고, 나머지 둘은 날 싫어하기 마련이라는 자연의 법칙이다. 열 중의 둘? 날 싫어하는 둘 때문에 고민하고 신경 쓰지 말고, 그 시간에 날 좋아해 주는 둘을 위해 뭔가를 한다면 난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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