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SNS가 문제다.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뭘 검색만 하면 인*타나 블로그, 카페 등에서 그들을 볼 수가 있다. 그들의 반짝거림이 진실이든 아니든 궁금하지 않다. 확실한 건 그들은 지금 나보다 더 즐기고 있다는 것, 잘 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그들이 누구냐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잘하는 일을 선택하여 애쓰는 사람들.
그 과정에서 삶의 보람과 희열을 느끼고
더불어 경제적․정신적 혜택을 누리는 사람들 말이다.
주목을 받고, 나눌 것들이 많은 그런 자들이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나에게는 딱히 내세울만한 특별한 것이 없다. 꼭 그런 것들이 있어야 된다는 것은 아닌데, 그들은 모두 그런 것들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좀 부럽다. 불안하다. 내가 내 인생을 좀 더 럭셔리하게 만들어 주지 못한 죄책감이라고나 할까? 내 인생이 우리 아이들에게 그대로 비춰지고 있는데, 이런 밋밋한 나의 삶이 아이들에게 덜 귀감이 될 것 같은 자괴감이라고나 할까?
내가 닫아 놓은 문이 여기에 있다. 난 편안하고, 안전하게 이 안에서 쉬고 있고, 그들은 저 밖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있다. 그리고 나는 계속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다.
“너도 나가봐. 나가고 싶다며? 어서!”
하지만 나는 동시에 생각한다.
‘지금?’
‘아직 아니야.’
‘뭐하고 놀아야 할지 아직 정하지 못했거든.’
‘나 사실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걸 찾지 못했어.’
‘놀거리를 찾고 나서 나갈 거야. 그리고 나도 그들처럼 빛나도록 노력하며 놀아봐야지.’
결국 난 몇 년 동안 이 생각만 하다가 나가지 못하고 있다.
놀거리를 찾기 위해 노력 안 해본 것도 아니다.
그림을 그려 보았다.
내 생각을 내 경험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색연필로도, 수채화로도, 가끔은 아크릴 물감으로 캔버스를 사서 작품을 만들었다. 배운적은 없지만 그냥 나 혼자 소소히 뭔가를 이루어 가는 데에 보람과 뿌듯함을 느끼면서 말이다.
하지만 내가 그렸던 수십 장의 그림들은 내 스케치북 5권 속에 아직도 갇혀 잊혀져 갔고, 작품들로 내 공간이 지저분해 지는게 싫어 주변인들에게 그린 것들을 그냥 선물로 나눠줘 버렸다.
모든게 꾸준했고 나에게 만큼은 유익했지만 남에게 알릴만한 게 못되어 결국 의도하지 않게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난 글을 썼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도 써보았고, 아이들의 일기장에서 얻은동심으로 동시도 지었다. 그리고 내가 그린 그림일기에 글도 삽입하였다. 우리반의 세 명의 아이들에게 선물로 주고자 그들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도 지었다.
하지만 내 글들은 필력 없는 주인 때문에 컴퓨터 바탕화면에 저장되는 일로 생을 마감했다. 괜찮은 작가들이 즐비한 요즘 시대, 나의 허접한 이야기는 그리 관심을 받을 수 없었다.
(물론 29명밖에 안 되는 우리학교 전교생들은 모두 나의 동화를 읽어 주었다. 비록 집게로 집어 놓은 흑백의 프린트물이었지만 우리학교 아이들에게는 난 짝퉁 작가쯤은 되었다.)
교육을 위해 연구하고 , 학교 아이들에게 새로운 것을 가르쳐도 보고, 두 아들을 잘 키우기 위한 방법들을 연구하고 실천했으며 그 이상으로 성과도 있었다. 그렇지만 실천했던 나의 자료들은 아이들의 머리와 가슴, 학부모님의 마음에 남아 있을 뿐 그것들을 증명할 자료도 없다. 내가 그동안 노력하고 실천했던 일쯤은 정말 친한 몇몇 안 되는 지인들과 내 가족들 뿐이다.
나로서는 내 걸 만드려고 열심히 살았던 것 같은데, 왜 나는 저들처럼 될 수 없을까? 덜 부지런해서? 노력이 부족해서? 열정이 못 미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