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휴.
이걸 또 어떻게 풀래?
집안일이든 바깥일이든
남 탓 내 탓할 일 안 만들려면
일 키우지 않는 게 답!
그런데……
지금도 난……
‘허, 뭐 하지? 할 게 없나?’
‘자격증을 따 볼까?’
‘그림 작품을 하나 만들어 볼까?’
‘대청소를 해볼까?’
‘나도 유튜브 영상 좀 찍어볼까?’
뭘 안 하고서는 가만히 못 있겠다.
그래서 몇 날 며칠 고민 끝에 신랑을 불러 세워놓고 이야기 좀 하자고 했다.
“왜? 무슨 말을 하려고?”
지레 겁먹은 신랑이 식탁 의자를 빼며 묻는다.
“흐흐흐”
아주 느끼하게 웃었다.
“왜? 네가 웃는 거 보니까 터무니없는 말인 것 같은데.”
맞다. 정답이었다. 민망함을 예고하는 웃음이었다.
난 뜸을 들이며 굳게 결심하고 말을 시작했다.
“나 장난감 좀 사려고.”
“장난감? 어떤? 사고 싶으면 사면돼지. 물어보기는.”
“아니, 그게……”
“에휴, 답답해라. 왜? 사줘? 장바구니 담아 놓으면 내가 결재해 줄게. 아니다. 그냥 얼만지 말하면 현금으로 줄게. 됐지? 장난감이 뭐라고 그리 망설이냐?”
“좀 비싸서.”
“얼만데?”
“……”
“많이 비싸?”
“육천오백만 원.”
“뭐라고?”
“흐흐흐”
“그게 뭔데? 외제차야?”
“아니. 난 내 차가 충분히 좋은걸.(모*)”
“그럼?”
“땅이야.”
“뭐?”
어차피 말은 이미 내 입에서 나왔고, 얼른 나의 이 기발한 생각을 신랑에게 이해시켜야 했다. 뒤돌아서서 도망가기 전에 말이다. 그래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열심히 프레젠테이션했다.
“여보, 50평 정도의 땅인데, 지목도 대지로 되어 있고 말이야. 좋은 건 근처에 해수욕장이 있고, 마침 딱 적당한 컨테이너도 있지 뭐야. 와, 돈 벌었지. 안 그래? 컨테이너 살려면 그것도 몇백이잖아.”
“거길 사서 뭘 할 건데?”
“애들 데리고 가서 컨테이너 색칠도 하고, 울타리도 벤치도 만들고, 또…….”
“어이구, 혜정아, 혜정아. 너 요즘 그 생각한다고 엄청 설레었겠네.”
“응. 생각만 해도 설레지. 너무 재밌겠지 않아? 이건 내 장난감만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장난감이 되는 거지. 더 좋은 점은 땅은 사라지지 않잖아. 어때? 정말 괜찮은 생각이지??”
한동안 신랑은 말이 없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렇게 말하면서.
“또 일 벌일 생각 하네. 그냥 우리 편안하게 살자. 일 안 만들고. 나중에 그 땅 안 팔리면 어떻게 할 건데? 그리고 페인팅하고, 울타리 세우고 그런 것들에 돈 드는 것도 생각해봤어? 간이 그렇게나 커서 어떻게 할래? 육천오백짜리 장난감이라니.”
이런 반응이 나올 줄 알았기 때문에 난 그냥 내 귀를 미리 막고 있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신랑에게 프레젠테이션을 열심히 이어 나갔다.
‘돈이야 뭐. 조금씩 아껴서 모은 걸로 하면 돼지. 미리 걱정을 왜 해?’
‘아이들이 좀 더 크면 우리랑 놀아줄 줄 알아? 지금 하루라도 어릴 때 새로운 추억 좀 만들자는 거지.’
‘나를 위해 그 정도 돈도 못 써? 나 3년 휴직했다고 치면 되지.’
‘어차피 코로나 때문에 여행도 못 다니는데, 우리만의 별장이라고 생각하고 다니면 되잖아.’
암튼 나는 이른 봄이 오기 전에 또 한 번 크게 일을 벌여 보고자 한다.
늘 나에게
“일 좀 그만 만들어.”, “일 키우지 마라.”, “그냥 가만히 살자.”라고 말하는
그대들!
모든 것을 ‘내 탓’이라고 말할 테니, 제발 그냥 하게 해 주세요. 엉키어 진 것들 내가 다 풀게요. 아니, 안 풀어도 되게끔 해 놓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