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던지,
나를 어떤 사람으로 보던지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나에게 당당해지는 것.
그러니까……
내가 나를 보는 것,
남들이 나를 보는 것,
그들의 차이에
너무 안달복달하지 말자.
나는 덜렁댄다. 일을 할 때 그리 꼼꼼하지 못하다. 뭔가를 할 때 많은 시간을 쓰는 것이 좀 비효율적이라 생각하여 되도록 빠른 시간 내에 끝내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한다. 그래서 가끔씩 실수도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수준에 미치지 못할 때가 많다. 하지만 사람들은 나보고 꼼꼼하댄다. 야무져서 뭘 해도 마무리를 잘한다고 칭찬한다.
나는 아이에게 화를 잘 내는 엄마이다. 잔소리가 심한 선생님이다. 하지만 타고나게 목소리가 작아서 그런지 사람들은 내가 그저 웃기만 하는 사람인 줄 안다. 다정함으로 아이를 잘 이끈다고 훌륭하다고 말해준다.
나는 주기적으로 떨어진 자존감에 우울해하기도 하고, 혼자서 불안해한다. 하지만 그럴 때에도 내 주변 사람들은 내가 늘 자신감 넘치게 행동한다고 믿고 있다. 낯가림이 심해서 그저 강하게 표현하지 않았을 뿐이다.
음……, 난 어떤 사람일까? 나에 대한 그들의 생각이 맞을까? 내가 알고 있는 내가 정말 나인 걸까? '나'는 '남들이 말하는 나'와 꽤 큰 차이가 있다.
나에 대해 다시 한번 더 살펴보자면,
나는 겁도 많고, 못하는 것이 많아 위축될 때가 많다.
영어 발음이 안 좋아 아이에게 영어책을 읽어 줄 때 많이 부끄럽다. (내 수준이 별로 높지도 않은데 아이 영어를 책임지려니 늘 걱정이 앞선다. 물론 사람들은 내가 영어도 어느 정도 할 줄 안다고, 그래서 잘 가르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아닌 것 같은데 말이다.)
내가 SNS를 잘 못하는 이유도 그들이 알고 있는 것과 다르다. ‘SNS를 하는 대신, 그 시간에 더 가치 있는 일을 찾아 하고 있는 거겠지.’라고 생각하는 거겠지만, 사실 난 아니다. 오로지 게을러서 하지 못하는 것이다.
집 밖을 잘 나가지 않는 것도 내 일이 바빠서가 아니라, 단지 귀찮아서다.
책 내는 게 꿈인데 아직 시작도 못한 것은 내 열정과 노력이 빛을 발하지 못해서가 아니고, 그냥 내 실력과 노력이 터무니없이 작아서이다.
그게 언제였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어느 순간부터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에 맞춰 연기하듯 살아오고 있었다. 잘하는 척, 열정적인 듯, 괜한 자신감을 보이며 행동했다. 그러니 내가 뭘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나의 그 모습들이 어떤 계획이 있는 의도한 행동일 거라고 생각해 주었다. 그리고 나는 굳이 나의 진짜 모습들을 알리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요즘 괜히 불편하다. 가면 쓰고 있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나의 게으름이 들통나지 않게 뭐든 해야만 할 것 같고, 나의 당당함의 근거를 만들기 위해 우리 아이들을 더 닦달해야만 했다. 사랑꾼 남편을 가졌다는 말도 안 되는 소문이 거짓이 되지 않기 위해 애써 손잡고 동네 산책을 해야 했다.
난 솔직하지 못했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어떠한 부정적인 것도 담고 싶지 않아서 남의 생각에 따라 행동하려고 했다. 또 남의 시선을 위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내가 나에 대해 느끼고 있는 것과 남들이 나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다를 수 있다. 어떤 것은 내 생각이 맞을 테고, 어떤 부분에서는 남들이 나 자신보다 더 나를 잘 알고 있을 수도 있다.
문제는, 그 생각이 맞냐, 틀리냐가 아니라, 내가 내 삶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함에 있다. 계속 이렇게 남들이 바라보는 나에 맞춰 살게 된다면 정말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을 놓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의 인식보다 남들의 시선에 더 관심을 갖는다. 행복하게 보였으면, 사랑받는 것처럼 보였으면, 친구가 많아 보였으면, 멋진 아이를 뒀다고 말해줬으면, 못하는 게 없어서 부럽다고 말해줬으면 이라며 남의 시선에 좇아 살아가는 사람들이 꽤 많다.
잘 사는 것처럼 보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말 잘 살면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진짜 좋아해서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제 잘하는 일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다. 앞으로는 남들이 뭐라고 생각하든 내 삶을 살아야겠다.
나의, 나를 위한, 나에 의한 삶을 말이다.
“남의 시선에 구걸하지 마! 그럼 넌, 너 인생에서 바로 아웃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