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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탄 소년. 2

큰 산 그림자

by 창문수집가

소년의 어머니가 그 집에 왔다. 어머니는 소년과 닮아 보이면서도 얼굴은 더 어두운 빛이 어려있는 사람이었다.


“엄마가 와서 좋아? “

이런 질문에 소년이 대답한 적은 없지만, 항상 나는 물어보는 편이다. 그리고 우리 사이엔 아무것도 없음이 흘러 다녔다. 아주 조용한 새소리들이 나의 비염과 두통 그리고 소년이 자전거 타다 넘어져 다친 왼발 사이로 감겨 올라왔다. 언젠가 소년이 수다쟁이가 된다면, 더 이상 저 새소리는 들리지 않겠지.


소년의 자전거가 출발했다. 내 옷자락이 소년의 자전거가 보내온 바람에 나부꼈다. 오늘의 마음이 자전거에 딸려 날아가 버리길. 소년과 나의 간격은 어떤 음을 낼까. 숲과 소년의 머리칼, 나와 나의 옷자락, 소년의 어머니에 대해 수군거리는 마을 사람들과 소년. 소년 심장의 두근거림. 그것들은 어떤 음일까. 새소리만 익숙했던 우리에게 사람들의 소리들이 조금씩 스며들고 있다. 우리에게 그래도 되냐고 묻지 않았는데 그것들은 그랬다.


소년은 누군가 버린 자전거에서 페달을 떼어 자기 자전거에 박은 모양이다. 도랑 옆 둔덕으로 빠르게 질주하는 소년의 머리 위로 타오르는 횃불이 보이는 것 같다. 새들에겐 그저 노을일 횃불.


왜가리의 걸음이 큰 산 그림자를 향한다. 그 그림자가 어제 들리던 소년 어머니의 울음소리만큼 크다. 청둥오리 네 마리가 헤엄치며 소년의 질주를 바라보고 있다. 소년의 뒤로 새 자전거를 탄 뒷집 아저씨, 천천히 절름거리는 노인 하나, 해야 할 것들이 명확한 젊은 사람들의 걸음이 지나갔다. 청둥오리 한 마리가 물속에 머리를 넣고 도랑을 살폈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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