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뀌었구나.

언제?

by 그냥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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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이 바랜 나뭇잎을 보았을 때, 앙상한 나뭇가지를 보았을 때 비로소 실감했다. 아, 계절이 바뀌고 있구나.



com.daumkakao.android.brunchapp_20191215111709_0_crop.jpeg 안녕, 비둘기 친구들.


푸르렀던 색깔들은 사라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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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쉼의 계절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나도 그러했다. 계절이 가고 있었다. 매일 일찍 일어나서 학교로 향하던 순간도 점점 막바지에 다다랐다. 해방에 가까워지고 있다.



오랜만에 만난 동네 친구로부터 뜻밖의 말을 들었다.



이제 슬퍼도 잘 안 우네?



그저 말이었는데, 머릿속에 가득하던 생각들이 멈춰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떠올랐다. 대학생이 되기 전 초등학교며, 중학교며, 고등학교에서 선생님들이 틀어주시던 영상에서 조금이라도 슬픈 장면이 나오면 나의 눈물샘은 이미 내가 주체할 수 없었다.



나에게는 여유가 없었다.



고작 한 해 차이로 나의 성격이 조금은 변했음이 느껴졌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 내가 울었던 순간은, 과제가 너무 버거웠을 때였다. 매번 슬픈 영상을 보았을 때마다 울었던 내가 올 해에 처음으로 울었던 이유는 슬픔 때문이 아닌, 버거움 때문이었다.



하나의 과제를 끝내면 또 다른 과제가 남아 있었고, 그 과제를 끝내면 또 다른 과제가 주룩주룩 남아 있었다. 해도 해도 사라지지 않는 과제들이 보일 때 버거웠다. 했음에도 그대로인 결과물들을 마주했을 때, 터지고야 말았다.



나는 울었다. 눈물이 주루룩 흘렀다. 과제 때문에. 카페에서 과제를 하고 있었는데, 더이상은 못할 것 같아서 주섬주섬 가방을 챙겼다. 울면서.



누구한테라도 털어놓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친구한테 연락했다. 집으로 가는 동네 버스 안에서도 나는 가라앉지 못했다. 눈물이 송글송글 맺혀서 찬 바람에 더더욱 시렸다. 어떻게든 울지 않으려는 어줍잖은 명분으로 꾸역꾸역 눈물을 참으며 앞으로 맨 가방을 부여 잡았다.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모르겠다. 교수님들에게까지 메일을 보내고야 말았다. 전공 교수님과 저번 학기 수업에서 나의 글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아 주셨던 교양 교수님께. 과제 때문에 버겁다는 말로 가득했다. 그리고, 다른 학교 친구들이 나에게 무엇을 배우냐고 물어 보면, 나는 해 줄 말이 없다는 말씀도 드렸다.



나의 자부심이었던 곳이 점점 나를 지치게 한다. 교수님들께서는 과제를 내야만 하는 대학교 시스템을 설명해 주시며 나를 위로해 주셨다. 내가 조금만 더 견디기를 당부하셨다.



견뎠다. 그냥 했다. 잘하려고 하다보니 더 지쳤다. 그래서 그냥 했다. 잘하는 것보다는 그냥 하기만 하려고 애썼다. 그냥 견뎠다. 거짓말처럼 견뎌졌다. 과제를 다 하고 나니, 종강이 가까워졌다.





아직 한 주가 더 남았지만, 그래도 이제는 보인다.

계절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이제, 쉴 수 있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