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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예정 Jan 21. 2020

잊고 있었다.

내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방학이 끝났다. 방학이 시작될 때 즈음, 나는 고민 하나를 갖고 방학을 맞이했다. 아직도 나는 이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나 뭐 먹고살지.



방학이 시작될 때 즈음 지녔던 이 고민은 방학이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까지 해결되지 못했다. 대학교에 입학 전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런 말들을 많이 들었다. 국문과 나와서 뭐 먹고살려고.



아직 대학교 입학 전이었던 탓에 는 대학 생활에 대한 크나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흔히 말하는 캠퍼스 생활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대학교는 다니면 다닐수록 나의 기대를 저버렸다. 내가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조차 까먹게 만들었다. 내가 왜 이 자리에 앉아서 이 지식을 배우고 있는지 조차 까먹게 만들었다.





동기들 중에는 자취를 하고 있는 친구들이 몇몇 있다. 친구들이 물었다.



예정아, 너는 자취 안 해?



통학의 힘듦을 알고 있었던 친구들이었기에, 걱정하는 마음으로 내게 물었다. 나 역시 학교 옆으로 자취를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싫었다. 학교에서의 일과를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회의감에 사로잡히게 했던 학교 옆에 남아 있고 싶지 않았다.



우리 학교는 졸업을 하기 위한 필요 요건이 있었다. 나는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닐 때에도 수행 평가를 위해 제출해야 할 게 있으면, 공지를 받은 그 당일이나 그 주에 마무리를 지었다. 이게 내 성격이었다. 어차피 해야 할 것이라면, 오래 붙잡고 있는 게 너무나 싫었다.



이번 방학 때에도 나는 졸업 요건을 채우기 위해 두 달  한 달의 시간을 달렸다. 목표로 두었던 두 가지 요건 중 한 가지 요건만 만족시켰지만, 만족했다. 아직 나는 1학년이니까.



다시 학교.




개강을 한 지금은 조금 나아졌을까. 매일 일어나 똑같은 동선으로 나갈 채비를 하고 집을 나선다. 아,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 달라졌다는 점. 그 덕에 아침에 쪽잠이라도 잘 수 있게 되었다.





학교로 향하는 길은 언제나 숨을 깊게 들이마셔야 하지만, 다행이었다. 내가 아침 햇볕을 참 좋아해서.



방학 동안에는 많은 글을 써야지, 다짐했다. 하지만 정작 내가 쓰고 있었던 글은 내가 쓰고 싶었던 글이 아닌, 공모전을 위한 글이었다. 공모전 틀에 맞춰서 글을 쓰고 있었다. 학기 중 과제와 뭐가 다르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이거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엄마를 따라 반찬 가게를 갔다. 반찬 가게 안에 있던 CCTV는 안에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볼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그 화면에 비친 나를 봤다. 예뻐 보였다.



아주 잠시 동안 나는 잊고 있었다. 말로만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했지, 실은 내가 그렇게 멋진 사람인가? 하는 의심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오늘에야 다시금 알았다.

잠시 잊고 있었다. 내가 얼마나 예쁜지, 얼마나 소중한지.




중간고사가 한 달 정도 남았을 때, 방학 초기에 했던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았다.



Q. 나 뭐 먹고살지?


이 질문을 했던 과거의 나에게,

지금의 내가 보내는 말은,



A. 모르겠어, 나도!


내가 나에게 고백한다.



사실 나도 잘 모르겠어.
뭐 먹고살지.
무슨 일을 할지.
그러니,
나랑 같이 찾아보자.



내가, 나와 같이.

잠시 잊고 있었던

아주 소중한 나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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