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냥예정 Jan 21. 2020

내일은 다를 거야.

시험이 끝났다.

중간고사가 끝났다. 시험 공부를 하면서부터 시험이 끝나기까지. 나는 기간 내내 답답했다. 커다란 바다에, 거대한 둑을 하나 놓았는데, 그 둑을 넘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파도 같은 기분이었다.



매일매일이 같았고. 매일매일 나는 나의 파도가 세워 놓은 둑을 넘지 않도록 조절해야 했다. 하고 싶은 게 많아도 억눌러야 했던 그 기분이 싫었다. 왜 이리도 답답할까, 싶어서 주변을 봤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다시금 되새겼다. 주변에 당장 보이는 친구들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다 그렇게 살아 간다.


매일 같은 일상을 달리는 것 같아서 매일 새로운 관찰을 하려고 애썼다.





학교 가는 하늘을 보니 날씨가 눈부시게 환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오늘은 어제보다 환하구나. 다시 기억했다. 내가 정말 햇볕을 좋아하는구나.



횡단보도에 서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그늘진 곳과 햇빛이 내려 앉은 곳이 나뉘어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늘에 서 있을 때, 나는 항상 해의 품 속에 있었다.



내가 해를 좋아해서 참, 다행이야.





그 다음날도 어제와는 새로운 부분을 찾으려고 애썼다.  그 다음 다음날에도. 그 다음 다음 다음날에도. 나는 애썼다. 보이지도 않는 매일의 새로운점을 찾으려고.



지쳤다.


나는 지쳤다. 보이지도 않는 다름을 찾으려 눈을 크게 뜨려했지만, 그럴수록 내 눈은 파르르 떨렸다.






나는 과제학과야.


친구들과 있을 때, 우스겟 소리로 하는 말이 있다. 국문학과에 진학했지만, 아직 1학년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내게는 전공 과제보다 교양 과제가 월등히 많다.



친구들도 웃으면서 맞아, 그런 것 같아, 라고 말하지만 그 내면에는 씁쓸함이 티가 난다.




시험 막바지에 이르러 살찐이 옆에 누웠다. 괜히 서러웠다. 내가 뭘 위해 이렇게 달리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넘치고야 말았다. 잠을 자기 위해 자리를 잡고 있었던 살찐이가 나를 보더니 놀란듯이 커진 눈으로 나를 응시했다.



나는 그런 살찐이에게 말했다.



나 하나도 안 괜찮아.



살찐이는 여전히 나를 바라봤다. 내 기분을 살피는 것 같았다. 나는 왜 내 기분도 조절하지 못할까. 살찐이에게 웃으며 다시 말했다.



나 이제 괜찮아!


내 말을 정말 이해한 걸까. 살찐이는 열심히 몸을 움직였다. 그러더니 이내,





자신이 좋아하는 자리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또 웃었다. 살찐이는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나는 위로 받았다. 그 힘이 살찐이의 힘이었다. 살찐이만이 할 수 있는 힘이었다.



나도 그런 힘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지쳤다. 나는 나를 갖추기에도 아직은 충분히 벅차다.





시험이 끝나고 심야 영화를 보고 새벽 3시 경에 집으로 들어 왔다. 혼자 심야 영화를 보기에는 아직 무서워서 엄마랑 항상 같이 간다.



날이 춥다, 라는 느낌을 잠시 잊고 있었다. 새벽 공기를 맞으니 감각이 돌아오는 듯했다. 공기가 찼다. 밤공기가 차다, 라는 기분을 오롯이 마주한 듯했다.



시험이 끝난 나에게는, 또 해야 할 과제가 남았다. 그래도 이번에는 다르고 싶다. 새로운 것을 찾고 싶었다. 이번에는 겁나서 미뤘던 것들과 마주해야지.



어떤 결과든 괜찮아.

나는 아직 젊으니까.

이렇게 회의감을 갖고 있기에는 아직 젊으니까.

다시 해 볼 수 있어.


매거진의 이전글 이제는 본래의 나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