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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예정 Jan 21. 2020

안녕, 안녕, 20.

한 해가 바뀌었구나.

드디어 종강 후.               

드디어 한 학기가 끝났다. 이것은 나의 스무 살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스무 살이 되면 특별한 일도 일어나고,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줄 알았다. 그렇게 부푼 기대를 품에 가득 안고 스무 살이 되었고, 대학생이 되었다. 

   

달라진 게 없다. 아, 당연히 달라진 것들은 존재하지만, 내가 안고 있었던 기대는 단 하나도 내 품을 벗어나지 못했다. 나는 그저 똑같이 집과 학교를 오가며 쏟아지는 과제를 견뎌내는, 고등학교 생활과 비슷했지만, 그래도 같다고는 말할 수 없는 애매한 사이에 놓여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몽글몽글 샘솟았다. 스무 살의 나는 그저, 아직 고등학교 4학년이었다.

  

몇 번이고 ‘고3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던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에게는 감사한 분들이 많이 계셨다. 도돌이표 같은 풍선들에 낭비한 나의 시간이 아까워질 만큼. 금방 터질 것을 장담할 수 있는 풍선을 불며 시간을 낭비하느니 그 시간에 감사함에 대해 보답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퍼즐 맞추기를 어려워했다. 꼭 못해도 한 조각씩은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나는 조각들을 종종 잃어버리기도 하는 탓에 여전히 퍼즐을 어려워한다. 그렇기에 나의 스무 살이라는 퍼즐 판이 남들에게는 여기저기 비어있는 곳들이 많이 보이는 퍼즐 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비어있는 공간 또한 나였기에 ‘완성’이라는 의미를 벗어나 내가 빚어낸 하나의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하마터면 고등학교 4학년이라고만 기억할 뻔했던 나의 스무 살은 감사함과 그 감사함에 대해 보답하고자 노력했던 나의 모습들로 가득 메워져 있기에.


나의 스무 살은, 퍼즐을 어려워했던 내가 처음으로 뿌듯하다고 말했던 퍼즐 판이었다.

나의 스무 살은, 특별하지는 않았지만, 늘 기분이 좋아지는 온도로 가득했던 매일매일이었다.

 

여러모로 서툴렀지만, 모아 놓고 보니 뿌듯하다. 수수했던 스무 살의 내가 대견스러울 만큼. 작년의 나를 토닥이며 ‘20’의 나와 이제 인사해야 할 것 같다. 새해에는 나와 더욱 친해지기 위해서.          


안녕안녕!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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