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냥예정 Jul 17. 2020

종강이다.

유독 길고 바빴던 한 학기.

드디어 종강이다. 같은 한 학기였지만, 유독 길고 길었던 한 학기가 끝났다. 처음에 한 학기 사이버 강의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에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통학할 시간이 사라졌으니 더 편할 줄 알았기에.


나는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통학한다. 그렇기에 매일 첫 수업 시작 시간보다 세 시간보다 일찍 일어나서 준비해야 한다. 그 시간이 사라졌으니 여유로운 아침을 기대했다.


아니었다. 수업 하나를 듣고 나면, 과제 하나가 생겨났다. 당장 이틀을 미루게 되면, 과제의 양은 어마어마하게 부풀어져 있었다.


가뜩이나 이번 전공 수업은 내용도 어려워서, 매 수업마다 필기를 정리해야 했다. 수업이 끝나고, 과제를 하고, 필기를 정리하다 보면, 벌써 하루가 다 가 있었다. 그렇게 늦은 밥을 먹었다.



밥.

나는 밥을 좋아한다. 그리고 중요하게 생각한다. 작년에도 수업과 수업 사이 조그마한 공강이라도 있으면 무조건 뭐라도 먹었다. 그러지 않으면 수업 시간 내내 나의 꼬르륵 소리를 조절하는 데에 온 힘을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강의를 하는 동안에는 종종 수업 시간에 밥을 먹었다.  간혹 음식을 씹고 있을 때 교수님께서 나를 부르시고는 했다.



예정이가 한번 말해 볼까?



그럴 때에 나는 밥을 빠르게 오물오물, 꿀꺽하고 삼키고 나서 대답을 했다.



네, 교수님!


비록 간혹 다급하게 밥을 먹기는 해야 했지만, 수업했던 한 학기 내내 따뜻한 집밥을 먹을 수 있었다. 편의점 속 차갑게 식은 삼각김밥이 아닌, 김이 폴폴 나는 따뜻한 집밥말이다.



살찐이.

이번 한 학기 내내 너무나 감동이었던 점은, 살찐이와 함께 수업을 들었다는 점이다.



온라인 강의 내내 살찐이와 함께 했다. 다른 친구들도 함께 살고 있는 반려동물과 함께 수업을 듣는 모습이 카메라 너머로 종종 보였다.


하루는, 수업 중에 살찐이가 내 어깨로 올라오려 했다. 카메라를 켜고 해야 하는 조별 활동이어서, 조원 분들께 여쭤 보았다.



- 혹시, 도마뱀 무서워 하시나요? 제가 도마뱀이랑 같이 사는데, 올라오려 해서요, 혹시 무서워 하시는 분 계시면 내려 놓으려고요!



조원 분들의 반응도 감동이었다.


- 아니요!

- 우와, 저 도마뱀이랑 같이 사시는 분 처음 봤어요!

- 보여 주세요!


무서워 하시는 분익 계시지 않아서 카메라로 살찐이를 보여 드렸다.


- 진짜 귀엽다.

- 완전 예뻐요.


세상에. 무섭다는 말 대신 긍정적인 반응이라니. 너무나 감사했다. 살찐이는 자유롭게 내 어깨 위를 오르락내리락했다.


수업 내내 행복했다.

수업 내내 감동이었다.


다시금 인식했다.



살찐이와 함께 있으면 언제든
감동적인 순간이 된다.


딴 짓.

카메라를 켜라고 강요하시는 교수님은 계시지 않았다. 필요할 때만 켜면 되는 수업이 더 많았다. 그래서일까. 1교시에는 핸드폰으로 수업을 틀어 놓고 잠을 택한 경우도 있었다.


수업을 조금 못 들은 만큼, 과제할 때가 힘들었지만, 교재를 참고하면 해결할 수 있는 정도였다. 통학을 하느라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었던 2020년 1학기의 1교시는 꿀 같았다. 즐거웠다.



그다지 순탄하지는 않았던 온라인 강의.

좋은 점도 많았지만, 힘들었던 점도 있었다. 사용하는 화면이 잘 보이지 않았던 적도 있었고, 소리가 갑자기 끊기는 적도 있었다.


특히, 화면이 잘 보이지 않았던 적이 가장 까마득했다. 친구들에게 물어보며 잘 보이지 않았던 부분을 마저 필기하고는 했다. 그리고, 사이버 강의였기 때문인지, 과제가 정말 많았다. 한 주라도 미루는 순간, 어려움이 발생했다


가장 순탄하지 않았다고 느꼈던 순간은, 친구들을 마주하지 못해서 아쉬움을 느꼈던 순간이다. 그럼에도 무사히 끝났다. 처음 경험해 본 사이버 강의로 이루어졌던 한 학기가.


부디 이 사태가 하루 빨리 마무리될 수 있기를 바라며, 하루 빨리 마무리 될 것이라고 믿는다.


모두 건강하기를.

더이상 아프지 않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걔'가 아니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