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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예정 Oct 14. 2020

살찐아, 인사해 줘서 고마워.

살찐이 늘 기억하며 열심히 살다가 나중에 만나자!


살찐이는 가기 전에 잠시 엄마 꿈에 들러 인사를 전했다.



“나 갈게요. 많이 울지 말아요. 행복하게 살았어요. 고맙습니다. 아픈 거 내가 다 가져갈게요. 가족들 잘 지내고 있어요. 갈게요.”



살찐이는 처음에 자신의 이름을 얘기하지 않았다. 그저 간다고, 그저 행복했고 고마웠다는 말을 전했다. 얼굴은 우리 살찐이었는데, 왜 이름을 말하지 않았을까. 이름마저 말했다면 엄마가 너무 울어서 혹여나 말을 다 못 전한 채 꿈에서 깰까 봐 그랬던 걸까.



자신도 아팠으면서 어떻게 우리의 아픔을 가져 간다고 말할 수 있었을까. 이렇게나 작은 아이가 어떻게 이런 마음을 주었을까. 사람보다도 거대한 마음이다.



우리 살찐이는 마지막에도, 자신보다 우리를 생각했구나. 남겨진 가족이 슬플까, 너무 많이 울지는 않을까, 그 걱정을 하며 갔구나. 행복했다고 해 줘서 다행이다. 정작 행복한 건 나인 줄만 알았고, 나는 매일 살찐이 덕에 행복하다고 말했다. 우리 살찐이도 그랬으면 좋겠다, 했는데. 행복했구나, 살찐아. 너무나 다행이야. 너무나 고마워.



나는 이 새벽에 일어나서 살찐이의 동영상을 틀었다. 뛰어다니기도 하고, 나를 빤히 쳐다 보기도 하는 우리 살찐이. 살찐이의 다양한 모습이 보였다. 당장 집 어느곳을 둘러 봐도 살찐이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살찐이가 좋아했던 장소, 살찐이가 걸어다니는 소리. 모든 감각에 살찐이가 선하다.





당장 살찐이를 안아 볼 수 없다는 게 아직도 서럽다. 살찐이가 많이 울지 말라고 그랬는데, 어떡하지. 비를 막아보려 도랑을 파도, 이내 넘쳐흐를 뿐이다. 조금만 더 슬퍼하면 안 될까, 살찐아? 언니가 조금만 더 아파하면 안 될까, 살찐아?



살찐아, 나 어떡하지. 살찐이 없이 어떡하지. 살찐이가 간 날, 우리 집은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조금이라도 이겨내 보려고 바쁘게 움직이려 했다. 새로 받은 과제도 조금 하고, 하지만 이내, 살찐이의 유골을 보고 무너졌다.



코도 헐고, 눈도 따가웠다. 개의치 않았다. 고작 이 따가움이 무슨 대수라고. 나는 울면서 살찐이에게 편지도 쓰고, 과제를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살찐이를 찾았다. 나도 모르게. 이름만 불러도 아린다. 살찐이가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하길 바라며 견뎠다. 나중에 살찐이를 만나면, 즐거운 경험들을 들려 주기 위해, 살찐이의 얘기를 가득 듣기 위해. 나는 열심히 살아야지.



살찐아, 나 자신보다도 소중하고 빛나고, 나에게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의미인 살찐아. 살찐이가 생각하는 마음보다 더 크게, 더 많이, 끝을 알 수 없는 우주의 크기보다 더 더 크게 사랑해. 눈에 일식을 담았던 살찐아, 이제 언니는 하늘을 보면서 살찐이를 떠올릴게. 우리 살찐이, 재미나게 놀고, 잘 먹고, 마음 편히 쉬고 있어! 우리 나중에 꼭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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