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이해 가는 나의 어른들의 마음.
생때같다.
1. 아무 탈없이 멀쩡하다.
2. 공을 많이 들여 매우 소중하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니, 그래도 아플 걸?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이 문장은 사춘기를 지나고 있던 내게 늘 자그마한 의문을 일으켰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무리 생때같은 자식이라 할지라도 막상 생 눈에 넣으면 아프겠지, 라며.
제때 오지 않고, 뒤늦게 온 사춘기 탓인지 나 조차도 나를 알 수 없을 때 살찐이를 만났고, 이전의 내 모습을 비평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도리를 만났다.
언제나 지금 나와 함께 있다고 믿는 우리 살찐이는 내가 나를 알아챌 수 있게 해 주었고, 앞으로 더 오래 나와 함께 있어 줄 거라 믿는 우리 도리는 내가 그리 모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 주고 있다.
살찐이와 도리의 눈을 자세히 보노라면 다른 점이 보인다. 살찐이의 눈매는 조약돌처럼 가로가 길고, 도리의 눈매는 그야말로 보름달처럼 동그랗다.
살찐이의 눈을 마주쳤을 때에는 마음이 편안해졌고, 도리의 눈을 마주치면 저절로 활짝 웃음이 난다.
살찐이와 도리는 다르지만, 변하지 않는 같은 점이 있다. 살찐이를 안고 있었을 때에도, 도리를 안고 있을 때에도 같은 마음이 생겨난다.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만 같고, 그리고,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 같은 마음도.
어린 내게 의문점을 주었던 그 문장이 살찐이와 도리를 안았을 때 떠올랐다. 나의 부모님, 나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무슨 마음으로 내게 이 말을 해 주셨는지 조금이나마 짐작해 보았다.
주관적인 지금의 내 감정으로 미루어 볼 때, 당연히 생 눈에 넣는 건 고통을 수반하겠지만, 이보다 더 사랑하기에 그 고통도 당연히 견딜 수 있다는 말씀이지 않으셨을까.
나의 살찐이, 나의 도리를 나의 생 눈에 넣는다면 아프기야 하겠지만, 그다지 아프지도 않을 듯하다. 살찐이와 도리 덕에 사랑이라는 마음이 어떤 감정을 동반하는지, 또 어떤 감정을 사랑이라 하는지 늘 깨닫는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우리 도리,
여전히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우리 살찐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해 사랑해야지.
나는 나보다 한참이나 작지만, 나보다 한참이나 넓다란 존재를 만나 살아갔고.
덕분에 살았던 만큼 무던히도 무너지고, 뚫린 듯이 눈물을 쏟아 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 다시 나보다 한참이나 작지만, 거대한 존재를 만나서 다시 쌓아졌다.
나는 사랑하고, 살았기에 무던히도 서러웠음에도 잊지 못해.
나는 또 이렇게 살아가고, 사랑하는구나. 어쩌자고 또 사랑해버렸을까. 어쩌자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셀 수 없이 존재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를 만나서, 사랑할 수밖에 없다면, 나는 이번에도 온 마음을 다 해서 내게 와 준 소중한 존재를 사랑해야지. 흔쾌히 사랑해야지.
사랑해, 나의 사랑들.
언제나.
여전히 사랑해, 살찐아.
언제나 사랑해, 도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