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by 그냥예정


나는 단 한 순간도
여기, 이 곳에서 사라진 적 없다.
유일하게 사라진 적이 있다면
내 혼이 깊고도 깊은 물 속에 빠졌을 때.
그 순간마저도 내 몸둥이는 기어이
여기, 이곳에 머물렀다.

나는
여기, 이곳에 몸 담았다.
몸 뿐만 아닌 내 혼도 이곳에 담았다.
오래도록 담아서 이제는 물들기까지.
내 혼의 색깔이 묻어나 그대로 드러났다.

당신들이 나를 잊었다 하더라도,
그 순간, 그 공간.
그 속의 공기 만큼은 나를 기억한다.
내 혼이 물들어 색깔이 토해 내었듯이.

나는 이 시공간 속에서
여기, 이 곳에서
단 한 순간도
사라진 적 없다.

그대들이 나를 잊었을 지라도.




작가의 이전글첫 번째 안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