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서 들리는 통학의 잔상.

우우우우우우우웅.

by 그냥예정


3월 4일 월요일. 모든 초, 중, 고등학교의 개학을 알리는 날. 올해로 대학생이 된 나에게는 ‘개학’이라는 단어에서 한 부분이 바뀌었다. 이제 나는 ‘개’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집을 나서며 엄마에게 말했다.



나는 강해질 거야. 개강하니까.



3월 4일 월요일, 첫 개강 날.

OT를 다녀오며 미리 익혀 둔 그 경로 그대로를 따라 걷고, 뛰고, 휘청거렸다. 나는 총 네 번을 갈아타야 한다. 열심히 뛰어야만 탈 수 있는 열차도 있고,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서 못 타는 열차도 있었다.



새내기라는 마음에 뿌듯해서 오롯이 지하철 안에 머물렀던 두 시간 내내 힘들지 않았다. 사람들이 달리기 시작하면 함께 뛰며 악착같이 지하철에 몸을 실었던 그 시간들이 참 견딜만 했다.



학교에 와서 다양한 지역에서 온 친구들을 만났다. 이전에 만나서 인사를 나누었던 친구들도 있었지만 역시, 그때 뿐이었나보다. 물론 한번이라도 더 익숙했던 친구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게 쉬웠기는 사실이지만, 대학교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엄마는 내게 당부했었다. 방긋방긋 웃으면서 먼저 인사하지 말라고. 그 동안 사람들한테 데였던 딸을 보며 이제는 안 그러길 바라는 마음에서 해 준 조언임을 안다. 그럼에도 나는 그러지 못했다. 오히려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괜찮을 것 같았다.



엄마, 걱정하지마! 나 많이 강해졌어!



강의실 하나만 들어가고 알 수 있었다. 먼저 인사를 건네는 사람은 드물었다. 어김 없이 나는 인사했다. 매우 소심하게. 이름하야 소심 인사 3종 세트.



안녕하세요, 저는 19학번이에요, 어느 학과세요?



먼저 인사하길 잘했다.




3월 5일 화요일.

첫 전공 수업의 날이다. 자리 배치는 커다란 원반 책상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역시 예상대로였을까. 우리는 아직 무리 속의 안도감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앉을 때는 반드시, 여기 자리 있어? 물어봐야 했다. 수업이 끝나니 한 친구들이 과실에 갈 사람, 물었다. 어제 나는 과실에 다녀 오고 싶었지만, 괜히 무서워서 다녀오지 못했다. 막바지에 나는 외쳤다.



나도 데려가!



과실에 갔다. 선배들이 앉아 있었다. 일단 눈이 마주쳐서 인사했다. 마치 ASMR처럼.



ㅇㄴㅎㅅㅔ요...



친구들과 앉아 다음 수업을 기다리며 얘기를 나누었다. 과연 있을까. 내 인사를 들은 사람이.




3월 6일 수요일.

오늘은 학교에서 주관한 캠프날이다. 2박 3일로 다녀오는 캠프인데, 나는 가지 않는다. 등록금을 내는 날부터 비용이 공지되어 있었다. 처음부터 가고 싶지 않았어서 진즉에 지불하지 않았다. 대다수의 친구들은 갔지만, 가지 않는 사람도 당연히 있었다. 가도 안 가도 친해질 사람은 다 친해진다, 라는 생각이 다행히도 통했다. 두루두루 친해졌다.




3월 7일 목요일.

첫 번째 강의에서는 3학년 언니와 친해졌고, 두 번째 강의에는 다른 어문학과 친구와 친해졌다. 마지막 교시를 위해 강의실로 이동했는데, 선배들이 있었다. 밖에서 기웃거리는 우리들을 보고 빼꼼 문을 열고는, 여기 수업이에요? 물었다. 그렇다는 우리의 대답에 서로 얼굴을 번갈아 보시더니 어떡하지, 했다. 어차피 교수님께 가 보려고 했던 터라 교수님이 오시면 알려드리겠다고 말한 뒤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딸깍, 강의실 문이 열렸다. 안에 있던 선배들이 나오고 있었다. 멎쩍은 듯이 미소 지으며 나오시길래 저희 때문에 나오신 거예요? 물었다. 그러자 수업이 먼저죠, 라는 대답을 들었다. 교수님께 가 보았지만 계시지 않았다. 다시 와서 강의실에 앉았다. 그리고 기다렸다. 문이 열리더니 교수님이 아닌 선배들이 들어왔다. 오늘 휴강이래요, 왜 아까 우리가 갔을 때 교수님은 안 계셨을까.



강의실에서 나오며 죄송합니다, 라는 말을 하고 나왔다. 우리가 더 미안해요, 라고 말해주셨다. 지하철 역으로 가는 길에 친구가 그랬다. 우리 수업인데 우리가 죄송하다고 하니까 기분이 그렇다.



나 역시 그랬다.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나쁜 기분도 아니었다. 그냥, 그랬다. 내가 죄송하다는 말을 했던 이유는 그 상황에서 어떠한 오해도 남지 않고 뒷말 없이 장면이 끝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친구에게 말했다. 먼저 사과해서 손해볼 상황이 아니라면 괜찮다고.




3월 8일 금요일.

나는 이제 지하철에 사람이 가득 차 있어도 그 틈으로 잘도 들어 간다. 하루는 그랬다. 이미 충분한 그 안에 내 몸을 구겨 넣으니 옆에 계셨던 분께서, 자리도 없는데. 나도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그래서 말했다. 저 이거 안 타면 지각해요…. 그 뒤로 아무 말씀도 없었다.





9시 수업이여서 조금은 어두운 새벽 하늘을 보고 지하철에 올라탔다.





점차 날이 밝아 온다.





새로운 풍경이 보여서 신기했는데, 알고 보니 열차를 잘못 탔다. 그래서 내려서 다시 탔다.



오랜만에 보고 싶었던 친구를 만났다. 우리는 많이 씩씩해져 있었다. 목요일부터 내 귀에서는 지하철 소리가 들린다. 가만히 서 있어도 몸이 휘청거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마치 지하철을 타고 있는 것처럼. 지하철의 잔상이 계속 내 주변을 맴돈다. 머리가 아팠고 참으려 했던 게 친구 앞에서도 드러났다. 친구는 병원을 가자고 했지만 가지 않았다. 나는 알고 있었다. 며칠만 더 익숙해지면 사라질 증상임을. 어릴 때부터 병원을 가면 들었던 말이 있다. 청각이 예민하네요. 그랬기에 일주일 정도 이명이 왔던 적이 두 번 정도 있다.



주말.

조금은 들린다. 지하철의 출발과 정차할 때의 소리가. 그래도 다행이다. 날이 갈수록 그 소리가 잦아들고 있다.



오랜만에 글을 썼다.
내심 기뻤다.
오늘은 글을 써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