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에 참여하는 사람 살펴보기: 토론자의 전략과 준비 내용, 사회자 역할
<토론 관전 포인트> 1편에서는 토론의 세부 규칙과 주제가 쓰인 방식을 살펴보았다.
지난 글을 통해 큰 틀에서 TV 토론을 보는 방법을 살펴보았다면 이번 글에서는 토론에 참여하는 사람에 중점을 두고 토론을 보는 방법을 알아보자.
1:1 토론인지, 2:2 토론인지, 1:1:1:1 토론인지 등 토론에 몇 명이 어떤 방식으로 참여하는지 먼저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이유는 토론하는 인원에 따라 토론 중 나타나는 양상이나 전략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1:1 양자 토론이라면 토론의 양상과 전략이 찬반 토론과 유사하기 때문에 개인에 집중해서 토론을 보면 된다. 유심히 관찰해야 할 토론은 각 개인이 자신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 다자토론이다. 이때는 각 토론자의 기조 발언을 들으면서 개별 토론자의 입장을 파악하고, 후에 어떤 토론자 간에 서로 합심하거나 서로를 공격하는지 ‘입장 전환’을 살펴보면 토론을 더욱더 흥미롭게 관전할 수 있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상황이다.
토론자: 홍길동, 김철수, 김영희, 이영수
토론 초반부: 홍길동 ➡️ 김철수 공격, 김영희 ➡️ 김철수 공격
이 상황에서 과연 이영수라는 사람은 어떤 전략적 선택을 할지 관심을 두고 지켜보면 토론을 더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최근 대선 후보 간 양자 토론을 해야 하느냐, 다자 토론을 해야 하느냐에 대한 이슈에 적용해보자. 법원이 이재명 대선 후보와 윤석열 대선 후보 간 양자 TV토론을 해선 안된다고 판결함에 따라 각 대선 후보 간 토론 전략도 상당히 달라진다.
먼저 토론 전략과 관련하여 양자 토론에서는 상대방 1인에 대해서만 자료와 전략을 준비하면 되지만 다자 토론(이재명 vs 윤석열 vs 안철수 vs 심상정)을 할 경우에는 3인에 대한 자료와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경우의 수도 더 많아지므로 토론 준비에 대한 부담이 더 커질 것이다.
또한, 토론 중에 다른 3인이 어떤 입장과 전략을 취할지 예측하기 어렵기도 하다. 이는 토론을 시청하는 입장에서는 재미의 요소로 다가올 수 있는데, 토론 중에 어떠한 사안을 두고 1명의 후보를 다른 3명의 후보가 함께 공격할 수도, 아니면 개인이 서로의 강점과 입장을 내세우는 데만 중점을 두는지도 살펴보면 좋다.
또한, 같은 시간 내에 더 많은 토론자가 참여하기 때문에 각 후보의 발언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각 후보자는 유권자들에게 증명해야 하는 내용에 대해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따라서 토론 중에 어떤 후보자의 자질과 정책에 의문을 제기하는지, 후보자 자신의 어떤 정책을 토론에 올려놓는지에 주안점을 두고 보면 더 흥미롭게 토론을 관전할 수 있을 것이다.
토론에 참여하는 사람이 몇 명이냐와 더불어 토론자 간 상호 소통이 얼마나 이뤄질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토론자 간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걸 얼마나 허용하느냐에 따라 토론의 쟁점과 토론 중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엄격한 규칙을 적용해서 '발언 > 반론 > 재반론' 순으로 토론자의 발언을 제한하는 경우 토론자 간 직접적 논쟁은 일어날 가능성이 적다. 이 경우 토론에서 논의되는 쟁점이 비교적 명확하게 형성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조적으로 각 쟁점 안에서 자유토론 시간을 두면 토론자 간 직접적 논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이 때는 토론자의 전략과 성향에 따라 수많은 쟁점이 나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칫하면 토론이 혼란스럽게 진행될 수도 있다. 토론을 관전하는 입장이라면 토론자 간 직접적으로 논쟁하는 포맷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해진 규칙 안에서만 토론하면 아무런 개입이 없는 아카데미 토론과 달리 TV 토론에서는 사회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TV토론 방식과 토론을 기획한 사람의 의도에 따라 사회자의 역할과 그에 따른 비중이 달라지는데, 이점이 토론의 흥미를 배가시키는 관전 포인트이기도 하다.
토론을 쉽게 따라가기 위해서는 먼저 사회자의 기본 역할을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시청자에게 정보를 알기 쉽게 전달해야 하는 TV 토론의 특성상 사회자가 초반부에 토론 주제와 관련한 배경 설명을 해준다. 또한 토론 규칙을 설명하고 토론자가 규칙을 어길 시 중재하는 역할을 한다. 토론 중에는 시청자가 토론자의 주요 주장을 알 수 있도록 토론자 발언을 요약해줄 뿐만 아니라 토론자 간 갈등이 심해지면 중간에 분위기를 환기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역할을 미리 알고 있으면 토론의 전개를 예측할 수 있고, 잘 이해되지 않는 내용이 나온다면 사회자의 발언에 집중할 수 있어 더욱더 쉽게 토론을 따라갈 수 있다.
또한, 토론 전과 토론 중에 사회자가 토론자 발언에 얼마나 개입하는지를 유심하게 살펴보는 것이 좋다. 사회자의 개입 정도에 따라 토론의 전체 맥락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회자의 개입이 많은 TV 토론 포맷으로는 <MBC 100분 토론>이 있다. 100분 토론의 주제를 살펴보자.
대주제: 젠더 갈등 어디로 가나? (2021년 05월 18일 방송)
- ‘집게손 모양’ 포스터, 문제가 된 이유?
- ‘집게손 모양’ 포스터 남성혐오 논란, 어떻게 봐야 하나?
- 혐오 전략, 젠더 갈등의 시발점?
- 젠더 갈등, 어떻게 해소해야 하나?
해당 토론을 보면 ‘젠더 갈등 어디로 가나?’를 해당 토론의 대주제로 정해놓고, 그 안에서 사회자가 소주제를 제시한다. 이는 토론의 어젠다를 미리 정하고 토론자들이 정해진 쟁점 범위 안에서만 논쟁하도록 유도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 토론 중에도 패널이 쟁점에서 벗어난 내용을 발언하면 사회자가 토론에 개입하여 쟁점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만 말할 것을 요청하기도 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KBS 생방송 심야토론>은 어젠다에 대한 개입이 비교적 적은 편으로 다양한 시각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토론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주제: 코로나19 중환자 급증, 일상회복 멈춰야 하나? (2021년 11월 27일 방송)
- 일상회복 4주 경과…현재 상황 어떻게 보나?
- 비상계획, 발동해야 하나?
- 병상 고갈…추가 확보 대책은?
- 방역패스 강화 필요한가?
이처럼 각 TV 토론에서 사회자가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에 따라 토론이 다르게 전개될 수 있고, 이를 알면 토론을 더 잘 이해하고 다각도로 분석할 수 있다.
지금까지 TV토론을 더 흥미롭게 보기 위해, 더 잘 분석하기 위한 관전 포인트 다섯 가지를 살펴보았다. 이 내용은 다가오는 대선 후보 간 토론뿐만 아니라 토론 방송 등 특정 사안을 두고 토론하는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있다. 토론 방식, 참여 인원, 토론 주제, 사회자의 역할, 토론자 간 상호 소통 정도를 염두에 두고 토론을 시청하면 더 쉽게 토론을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중앙일보 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은 “양자·4자 모두 하면 두 시간씩 네 시간이 걸린다”며 “네 시간 토론은 후보에게도, 국민에게도 예의가 아니다”라고 거부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대선 후보 간 TV 토론은 예의의 문제가 아니다. 후보자 간 비전과 정책을 상호 검증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도 꼭 거쳐야 할 과정이다. 앞으로 있을 토론에서 대선 후보의 자질과 정책 논리를 더 잘 검증하기 위해서도 우리에겐 토론을 보는 데 일종의 가이드가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위에서 소개한 관전 포인트가 토론을 보는 데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면 좋겠다.
* 참조: 허진, 남수현 "李·尹, TV중계 없는 양자토론 놓고 충돌…설 4자토론 무산?" 「중앙일보」, 2022년 1월 27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44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