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옳다’는 착각에서 벗어나는 법

에코챔버에서 탈출하기 위한 네 가지 습관

by 이주승

SNS의 알고리즘이 우리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만 정교하게 골라주는 지금의 정보 환경은 편리하지만, 동시에 위험하다. 여기에 우리가 스스로 선택한 뉴스, 관계, 검색 방식이 더해지면서 시야는 점점 좁아진다. 기술적 편향과 인간의 심리적 편향이 결합해 사람마다 서로 다른 현실을 살게 되는 현상, 이것이 오늘 이야기할 에코챔버다.


에코챔버는 본래 소리가 돼 울리는 물리학 용어지만, 지금은 자기 믿음에 맞는 의견만 되풀이해 수용하는 사회적 현상을 뜻한다. 이는 SNS·영상 플랫폼의 추천 알고리즘에 의해 더 강화된다. 2025년 국회입법조사처 역시 “알고리즘 기반 추천 구조가 정치·사회적 양극화를 증가시키고 반대 정보 접근성을 체계적으로 낮춘다”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를 플랫폼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여러 연구에서 지적하듯, 이러한 에코챔버의 상당 부분은 우리의 심리적 자동반응에서 비롯된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편하게 하는 정보만 선택해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 한 온라인 뉴스 소비 연구(Garrett, 2009)에서도 정치 성향과 일치하는 기사만 반복 클릭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즉, 기술이 만든 편향에 우리의 본능적 편향이 결합하면서 내 생각이 맞다는 확신이 더 강해지는 것이다.


대화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른 의견을 들으면 먼저 감정부터 반응한다. 이때 작동하는 것이 확증편향이다. 자신의 생각을 지지하는 근거는 크게 받아들이고, 반대 정보는 작은 흠만 있어도 배제한다. 이런 습관이 누적되면 반대 의견은 실제보다 극단적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왜 저 사람은 비합리적인 얘기를 하지?”라는 느낌 역시, 상대가 이상해서가 아니라 내가 접하지 않던 정보라서 낯선 경우가 더 많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은 살면서 주변 누군가를 보며 “저 사람은 참 이상하다.”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을 텐데, 사실 내가 이상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살면서 유독 나만 “이상한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면 어쩌면 내가 정말 이상한 사람일 수 있다. 사람은 항상 맞을 수만은 없으니까.


반대 의견을 많이 들으면 열린 사람이 된다는 통념도 사실과 다르다. 한 실험 연구(Balietti et al., 2021)는 정치적으로 완전히 반대되는 의견에 갑작스레 노출될 경우 오히려 태도가 더 경직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연구의 흥미로운 점은, 사람의 태도 변화가 일어나는 지점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의견이 아예 반대되는 사람이 아니라 '적절히 다른 상대'와 점진적으로 접촉했을 때 태도 변화와 양극화 감소가 유의미하게 나타난다는 것을 발견했다. 설득이 어려운 이유는 반대 의견을 적게 들어서가 아니라, 너무 낯설거나 극단적으로 다른 의견을 갑자기 들었기 때문이다. 태도 변화는 심리적 거리가 멀지 않은 상대와의 작은 접점에서 시작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일상에서 어떤 노력을 통해 이 에코챔버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네 가지 방향을 제안한다.


첫째,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


이 말은 자기 비하가 아니라 오히려 확증편향을 약화시키는 가장 간단하고 강력한 인지 전략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기존 생각을 지지하는 정보에 더 빨리 반응하고, 불편한 정보는 피하려는 경향을 갖는다. 이는 여러 사회심리학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 인간의 기본 메커니즘이다. 그래서 정보 탐색을 시작할 때는 단 한 문장만 먼저 스스로에게 던지면 된다.

“내가 놓친 건 무엇일까?”

이 작은 질문 하나가 사고의 방향을 바꾼다. 나의 관점을 중심에 고정해 두기보다 잠시 비켜서 볼 때 바로 열린 사고가 가능해진다. 이 여지를 허락하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정보를 접해도 새로운 시각은 들어오지 않는다. 닫힌 마음 앞에서는 어떤 사실도, 어떤 의견도 관점을 넓히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 결국 에코챔버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다. “내가 모를 수도 있다”는 작은 여백을 허락하는 것, 바로 거기서 변화가 시작된다.


둘째, 일주일에 10분, ‘불편한 뉴스나 팟캐스트’ 듣는다.


평소와 다른 성향의 매체를 짧게라도 듣는다. 극단적으로 반대되는 매체가 아니라, 약간 다른 시각의 뉴스를 들어보는 것이 핵심이다. 이때 목표는 그 매체의 논지에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생각할까?”라는 이유를 이해해 보는 데 있다. 이 10분이 정보 다양성을 자연스럽게 넓힌다.


셋째, SNS 구독 목록을 점검한다.


SNS에서 구독하는 계정을 살펴보자. 아마도 내가 좋아할 만하거나 나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일 것이다. 사실 이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계정만 팔로우하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이 습관이 알고리즘과 결합하면 어느 순간, 내가 보고 싶은 세계만 반복해서 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번쯤은 SNS 구독 목록을 점검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나와 관점이 조금 다른 계정 1~2개만 추가해도 타임라인은 눈에 띄게 달라진다. 필요하다면 새 계정을 만들어 완전히 다른 추천 생태계를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굳이 동의할 필요는 없다. 그저 “아, 세상을 이렇게 보는 사람들도 있구나.”라고만 느껴도 사고의 폭은 자연스럽게 넓어진다.


마지막으로, 검색어와 질문 방식을 바꿔본다.


웹 검색과 생성형 인공지능 활용에서 알아야 할 것은 우리가 입력하는 질문, 키워드 자체가 편향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기본소득을 검토한다면 “기본소득 효과” 한 가지만 검색하지 말고 “기본소득 비용”, “기본소득 부작용” 등 여러 관점으로 범위를 나눠 검색해야 한다.

생성형 AI에게 질문할 때도 마찬가지다.

“기본소득이 효과 없는 것 같은데 맞아?”는 이미 방향을 정해놓은 질문이다. 따라서 AI 역시 질문자의 편향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대신 이렇게 요청하는 편이 낫다.

“기본소득 효과에 대한 다양한 연구 결과를 제시하고, 각 연구 결과를 반박하는 자료도 함께 찾아 줘.”

질문 한 문장만 바꿔도 AI가 가져오는 정보의 범위가 달라진다. 특히 생성형 AI는 사용자가 원하는 방향을 맞춰주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질문을 어떻게 던지느냐가 우리가 얻는 정보의 폭을 결정한다. 이후 스스로 설득력 있다고 느낀 주장에 대해서도 다시 이렇게 물어보는 것이 좋다.

“[내가 더 설득력이 있다고 믿는 주장/결론/연구 결과]에 반하는 가장 강력한/설득력 있는 논거를 제시해 줘."




이 간단한 습관만으로도 정보 세계의 벽은 조금씩 넓어진다. 결국 우리가 갇혀 있는 방은 알고리즘이 만든 방이라기보다, 우리가 매일 무심코 선택한 행동들이 쌓여 만들어진 방이기 때문이다. 에코챔버의 벽은 단단해 보이지만, 작은 조정만으로도 균열을 낼 수 있다. 뉴스 한 꼭지, 팔로우 한 계정, 검색어/명령어 한 문장을 바꾸는 일이 우리의 정보 세계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변화는 그렇게 시작된다.


오늘 단 한 가지 선택만 바꿔보자.

생각이 조금 다른 사람의 이유를 들어보고, 평소와 다른 뉴스 한 꼭지에 귀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시야는 이미 확장되고 있다.



참고문헌

1. Garrett, R. K. (2009). Echo chambers online? Politically motivated selective exposure among Internet news users. Journal of Computer-Mediated Communication, 14(2), 265–285.


2. Balietti, S., Getoor, L., Goldstein, D. G., & Watts, D. J. (2021). Reducing opinion polarization: Effects of exposure to similar people with differing political view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18(52), e211255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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