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결정은 말할 수 있는 환경에서 나온다

토론의 성패를 가르는 단 하나의 조건, 심리적 안전감

by 이주승

토론이 잘되지 않는 조직에는 공통점이 있다. 사람들이 말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말하지 않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관리자나 팀장이 아무리 노력해도 활발한 토론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구성원의 의지나 역량 부족 때문이 아니다. 논리가 약해서도 아니다. 구성원이 “지금 말해도 괜찮다”라고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토론의 성패를 가르는 조건은 단순하다. 말해도 불이익이 없다는 확신, 즉 심리적 안전감이다.


심리적 안전감이란 구성원들이 창피함이나 처벌에 대한 두려움 없이 질문하고, 실수를 인정하며, 아이디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공유된 믿음이다. 그러나 심리적 안전감은 종종 ‘좋은 분위기’로 오해된다. 웃음이 있고, 갈등이 없고, 불편한 말은 하지 않는 상태말이다. 이런 분위기일수록 회의가 끝난 뒤 삼삼오오 모여 진짜 대화가 시작된다.

“아까 말하려다 말았는데요…”
“사실 그 방향은 좀 위험해 보였어요…”

이는 개인의 소심함이나 정치적 계산 때문이라기보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말하는 것이 오히려 불리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오해는 의견을 내지 않는 것을 개인의 용기에 관한 문제로 돌리는 태도다. 하지만 질문하면 평가가 깎이고, 반대하면 까다로운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환경에서 용기는 오래 가지 않는다. 평소 자기 의견을 자신 있게 제시하던 사람도 이러한 환경에서는 말을 아끼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역량과 전문성이 뛰어난 사람들이 모였는데도 회의 성과가 형편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자기도 모르게 자기 검열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산적인 토론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토론 기술을 가르치고 발언을 독려하는 것 이전에 우선 심리적 안전감이 드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심리적 안전감은 정보의 질을 바꾼다


사람은 불안할수록 말을 줄인다. 틀릴까 봐, 무능해 보일까 봐, 괜히 책임을 떠안을까 봐 개입을 최소화한다. 그 순간 에너지는 문제 해결이 아니라 자기 보호에 쓰인다. 결과적으로 발언과 질문의 수는 줄어들고, 불완전한 아이디어는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결국 회의에서는 안전한 말만 남는다.

이미 다수가 동의한 말, 리더가 선호할 것 같은 말, 책임이 분산되는 말.


반대로 심리적 안전감이 있는 환경에서는 발언의 스펙트럼이 달라진다.

“제가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다른 가능성은 없을까요?”, “이 부분은 위험해 보입니다.”같은 말이 초기에 등장한다. 이러한 의견을 통해 더 많은 관점과 가설이 나오니 토론은 깊어지고, 선택의 질도 올라간다. 설령 그 내용이 어설퍼도 괜찮다. 좋은 결정은 보통 처음에는 어설퍼 보이는 질문에서 시작되니까. 이처럼 심리적 안전감은 단순히 의견의 다양성을 촉진하는 것뿐만 아니라 검토 가능한 가설의 범위를 넓힌다.


심리적 안전감은 정보의 속도를 앞당긴다


조직 실패의 상당수는 무지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실무자의 관점과 의견이 필요한 상황에서 침묵이 이어지거나 말이 늦게 나온 상황에서 시작된다. 그렇지 않고서야 각 분야의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반복적으로 같은 실수를 하는 현상을 설명하기 어렵다.

“처음부터 위험해 보였어요.”
“그건 안 될 줄 알았습니다.”

이 말이 아무리 정확하고 논리가 탄탄하더라도, 결정 이후에는 의미가 없다. 이미 선택이 끝난 뒤이기 때문이다. 위계 속에서 자기 의견을 제시하거나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조직에서는 나쁜 소식이 늦게 보고되고, 반대 의견은 결정 이후에야 모습을 드러낸다.


반대로 심리적 안전감이 높은 조직에서는 필요한 의견과 위험 신호가 결정 전에 드러난다. 그래서 실패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더 일찍 인식하고 수정할 수 있다. 이 패턴은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실제로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Amy Edmondson은 병원 팀을 연구하며, 심리적 안전감이 높은 팀일수록 보고된 오류의 수가 더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표면적으로는 해당 팀이 더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는 의미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실제 오류 발생률이 높아서가 아니라, 오류를 숨기지 않고 보고하는 경향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또한, 심리적 안전감은 학습 행동을 촉진했고, 학습 행동은 팀 성과와 유의미한 관련을 보였다. (Edmondson, 1999).

이 현상은 직장 문화를 넘어 우리의 안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Bienefeld와 Grote의 연구에 따르면, 항공 승무원들은 안전 위험을 인지했음에도 위계와 불이익에 대한 우려 때문에 발언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음을 확인했다 (Bienefeld & Grote, 2012). 위험은 보이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필요한 순간에 말해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처럼 의사결정 이전에 구성원들이 자신의 관점과 우려를 충분히 공유하는가, 아니면 불이익이 두려워 침묵하는가가 결과를 가른다. 심리적 안전감은 정보를 더 빨리, 더 명확하게 드러내는 조건이다.


심리적 안전감은 성과 기준을 낮추지 않는다


여기서 유의할 점이 있다. 말을 편하게 하면 기준이 느슨해진다는 생각이다. 실제는 정반대다. 심리적 안전감이 없는 조직에서는 기준이 겉으로만 높다. 누구도 문제를 지적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패 가능성을 알면서도 침묵한다면, 그 조직의 기준이 아무리 높더라도 없는 것만도 못하다.


반대로 심리적 안전감이 있는 팀은 기준을 더 엄격하게 적용할 수 있다. 문제를 숨기지 않고, 불완전한 가설을 드러내고, 결정 전에 반론을 검토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점은 이것이다. 심리적 안전감은 비판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비판이 관계를 해치지 않는 상태다. 높은 기준과 높은 안전감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아니, 동시에 존재할 때만 지속된다. 성과는 압박에서 나오지 않는다. 압박 속에서도 말할 수 있는 구조에서 나온다.




많은 리더가 묻는다.

“우리 팀원들이 더 적극적으로 말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질문이 잘못되었다.

문제는 적극성의 부족이 아니라 말하는 것이 위험하게 느껴지는 조직 문화나 환경일 수 있다.

다음 회의에서 한 가지만 관찰해 보자.

리더가 방향을 제시한 뒤, 회의실이 조용해지는가. 그 침묵은 동의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계산의 시간일 수 있다.

“지금 말해도 괜찮을까?”를 재고 있는 시간.


좋은 토론은 기술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좋은 사람에서 시작하지도 않는다.

좋은 토론은 말해도 안전한 환경에서 시작된다.



참고 문헌

1. Edmondson, A. (1999). Psychological Safety and Learning Behavior in Work Teams.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2. Bienefeld, N., & Grote, G. (2012). Silence that may kill: When aircrew members don’t speak up and why. Aviation Psychology and Applied Human Fact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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