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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비 Apr 29. 2023

미국에서 집밥 먹는 일상_여섯 번째

목요일

재택근무하는 남편과 함께 9시경 느지막하게 눈을 떴다.


베이글과 과일로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남편은 책상에 앉아 업무를 본다.

나는 식탁에 앉아 성경말씀을 묵상한다.


비가 오는 듯 안 오는 듯

하늘이 흐리다.

나는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한다.


근래 들어 나라는 사람의 사용설명서를 익히는 중이다.


오늘처럼 날이 흐린 날,

몸이 개운치 않은 날,

그런 날에는

따뜻한 물로 오랫동안 샤워를 한다.

또는 달콤한 라떼를 마신다.

그럼 금세 기분이 한층 나아지곤 한다.


따뜻한 샤워를 마치고 Whole Foods 마트로 향한다.

바나나, 토마토, 양파를 샀다.


집에 돌아와 점심을 준비한다.

지난주부터 내내 아른거렸던 한국의 OO도시락 스타일 치킨마요.


치킨너겟과 에그 스크램블, 소스에 조린 양파로 금세 완성


2023.04.27 점심_치킨마요 / 김치 / 올리브 드레싱 토마토 샐러드/ 사과


평소 잡곡밥을 먹지만 치킨마요는 무조건 쌀밥과 먹어줘야 그 맛이 난다.

요즘 임신을 핑계로 하루하루 통통해지고 있는터라

약간의 죄책감이 느껴져 쌀밥에 퀴노아와 치아씨드만 넣어주었다.


비교적 많은 양을 담았는데

오늘도 남편과 나는 다 먹고야 말았다.


평소 새콤한 과일을 좋아하지 않는 남편은

이번 사과는 달콤하다며 식후 사과를 집중공략했다.


작고 앙증맞은 맥킨토시(McIntosh) 사과


식후 간단히 설거지와 청소를 하고

교회 성경공부 자료를 준비한다.


임신 후 나른함을 자주 느낀다.

커피가 필요하다.

임신 중이라 자제하려 하지만 참기가 힘들어

하루 한두 잔 정도를 디카페인으로 마시고 있다.


 

바닐라 라떼와 미니 약과




오늘은 전자책을 빌려

책도 읽는 여유를 부려본다.


요즘 읽고 있는

이승우 작가의 <사랑의 생애>


사실 책이 나오자마자 읽고 싶어

본가에 구매한 책이 있지만,

일과 공부 핑계로 이제야 전자책으로 대여해 읽게 되었다.


 


다른 존재가 우리 내부에 들어와 살기 시작하면 우리는 그 존재를 따라 살지 않을 수 없다

작가의 기독교적 세계관 때문일까.

요즘 읽고 있는 로마서 말씀을 떠오르게 한다.



로마서 8:5-6
육신을 따르는 자는 육신의 일을, 영을 따르는 자는 영의 일을 생각하나니
육신의 생각은 사망이요 영의 생각은 생명과 평안이니라

로마서 8:9-10
만일 너희 속에 하나님의 영이 거하시면 너희가 육신에 있지 아니하고 영에 있나니 누구든지 그리스도의 영이 없으면 그리스도의 사람이 아니라
또 그리스도께서 너희 안에 계시면 몸은 죄로 말미암아 죽은 것이나 영은 의로 말미암아 살아 있는 것이니라


내가 사랑하는 대상이

나의 내부에 들어와 살기 시작할 때

나는 그 존재를 따라 살아간다.


오늘 하루 그리스도를 사랑하여

더욱 그분을 따라 살고 싶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성경에서 말하는

그리스도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삶이란 뭘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하늘이 계속 흐리다.

가랑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한다.


이런 날씨에는 얼큰하고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다.

휴대전화로 한국 맛집을 검색해 본다.

가지는 못하지만 구경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다.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음식을 생각하다

수제비가 떠올랐다.


수제비를 검색하다 인사동에 있는 유명 수제비집이 눈에 띄었다.

얼큰 항아리 수제비 사진이 입맛을 돋운다.


나도 미역을 넣고 얼추 비슷하게 만들어본다.

2023.04.27 저녁_ 얼큰 수제비/ 김치


남편과 나는 점심을 많이 먹은 탓에 여전히 배가 꺼지지 않았다며

엄살을 부려보지만,

기어코 그릇을 거의 비우고야 만다.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는 걸까.

흐리고 쌀쌀한 날씨에는

따뜻한 국물을 먹어줘야 한다.



저녁을 먹은 후

남편과 함께 마트에 가서 장을 본다.

토요일 저녁에 식사 초대를 했기 때문이다.

닭고기와 돼지고기, 사과 주스를 사 왔다.

채소와 과일은 신선해야 하기 때문에 내일로 미뤄둔다.


밤 시간

우리는 또다시 음악을 틀어놓고

식탁에 노트북을 두고 나란히 앉는다.


남편은 일을 하고

나는 이런저런 글을 끄적인다.


입이 심심한 우리.


남편은 딸기바 아이스크림을,

나는 캐모마일 차와 파이를 먹는다.


 체중계에 올라가는 것이 두려운 요즘.

그만 먹어도 되지 않을까?

어림도 없지.


그래도 한창 입덧이 심해 물도 마실 수 없어

살이 점점 빠져갔던 임신 초기를 떠올리면

지금 살이 조금 찌는 것 정도야 괜찮다는 마음이다.

(다만 적당히...)


점점 12시를 향해 가고

샤워를 하고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며 하루를 정리한다.


내일을 위해

되도록 너무 늦게 잠자리에 들지는 않으려 한다.


금방이라도 잠이 들 것 같은 상태로

함께 누워 기도를 한다.


머리만 누이면 바로 곯아떨어지는 요즘.

그만큼 오늘 하루에 충실했다는 것이길 바란다.


내일도 몸과 영혼을 살찌우는 하루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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