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집밥 먹는 일상_ 아홉 번째

by 데비

휴대전화 메모장과 남편의 사진첩을 뒤적이며 사소하지만 따뜻한 행복감을 느꼈던 기억을 떠올려본다.




크리스마스와 새해 연휴가 낀 한 주 남편은 재택근무를 하며 모처럼 아기와 나와 함께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육아를 하고서는 좀처럼 하지 못했던 요리도 조금은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남편은 어린 시절 외할머니께서 자주 해주셨다던 감자전 이야기를 참 자주 했다. 그동안 남편에게 감자전을 만들어 줄만도 했는데 어찌 된 일이지 좀처럼 기회가 없었다. 출산 이후로는 채썰기 등 재료 손질을 해야 하는 음식은 피하고 되도록 조리법이 간단한 음식만 만들곤 했다. 게다가 이제는 아기와 함께하는 식사 자리에 예쁜 상차림은 포기한 지 오래다. 하지만 오늘 아침은 어쩐지 싹이 곧 날 기미를 보이는 감자를 처치해야 할 것만 같아 남편이게 감자전을 해주기로 했다.


남편에게 처음 만들어준 감자전

남편은 완성된 감자전을 입에 넣고 연신 맛있다는 말과 함께 행복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고작 감자전 같이 작은 것에 감탄하고 기뻐하는 남편에게 왠지 모르게 미안하고 고마운 감정이 들었다.


아기를 낳고 기르기 시작한 이래로 나는 스스로가 더욱 부족하다고 느끼곤 한다.

아내로서도 엄마로서도 늘 부족한 점이 두드러지게 보인다. 세상을 탐구하며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 15개월 우리 딸에게도 마음 한편에 늘 미안함이 있다. 혹시 딸의 필요에 대해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은 있지는 않은지, 발달에 긍정적인 자극을 더 많이 주어야 하는 것을 아닌지 걱정이 들곤 한다.

마음은 간절하나 모든 것을 다 해줄 수는 없다는 사실이 때로는 나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콜럼버스 기념일에 방문했던 사과농장에서


하지만 남편과 아이와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하는 이 시간 나는 무척 사소하지만 말할 수 없는 큰 행복이 내 마음에 퍼지는 것을 느꼈다. 남편과 감자전을 사이에 두고 웃음을 나누는 순간 나는 속으로 나 스스로에게 말해주었다.


내가 아이에게 주고 싶은 것은 다름 아닌

안정감 있는 집,

단정하고 다정한 말,

나눔의 기쁨,

부모의 삶을 통해 보이는 성경의 말씀 등과 같은 것임을 말이다.


이러한 풍성함과 충만함을 우리 딸에게 주고 싶다고 그 순간 생각했다.

모두 내가 소망하는 만큼 얻을 수 있는 것들이다.


맛있게 감자전을 먹는 남편을 바라보며 나는 순간 또 생각에 잠겼다.

나와 아이에게는 최고의 것을 주려하지만 자신에게는 인색하고 엄격한 남편이 나에게 얼마나 귀한 사람인가 감사함에 또 속으로 울컥하고 말았다.


특별한 이유 없이 퇴근길 꽃을 사다 주었던 남편


나는 남편과 아이에게 어떤 사람인가 궁금해졌다. 나는 타인에게 어떤 사람이고 싶은가 스스로에게 물었고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따뜻한 편지,

뜻밖의 작은 선물 같은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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