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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추꽃 Jun 23. 2019

우리가 물려줄 미래에 고래는 없을 수도 있다

<플라스틱 없는 삶>을 읽고

지금으로부터 31년 후, 2050년.

어느 초등학교.


“여러분, 오늘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면적의 70%를 차지하는 바다에 대해 배워볼 거예요.”

“네~”

“바다에 물고기보다 많은 것은 무엇인지 모두 알고 있죠?

“플라스틱이요~”


집.


“엄마, 오늘 세상에 남아있던 마지막 고래가 죽었대.”

“왜?”

“고래 배 안에서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이 발견되었대.”

“아..”

“근데 그 플라스틱은 다 누가 버린 거지? 나쁜 짓 했으면 책임을 물어야 되는 것 아니야?”

“…”


명절.


“상에 항상 생선이 올라올 때가 그립구나. 이젠 참 먹을 게 없네.”

“와, 할머니 때는 생선이 있었어? 나는 모든 물고기에 플라스틱 유독물질이 있다고 밝혀진 후에 태어나서 한 번도 못 먹어봤는데..”



나는 환경운동가가 아니다. 그쪽 분야와 전혀 관련 없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래도 다행히 환경문제는 내 문제라는 인식 정도는 있어서 돈을 벌기 시작한 후부터는 나 대신 이 분야에 인생을 바치고 있는 사람들이 고맙고 미안해 그린피스 후원은 계속해오고 있었다. 플라스틱이 분해가 안된다는 것 정도는 들어봤는데 후원하는 사실에 자기 위안을 하며 별다른 생활의 변화는 없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후원자 이벤트에 당첨되고 얼마 전 <플라스틱 없는 삶>이라는 책이 나를 찾아왔다.


나는 플라스틱은 분리 수거함에만 잘 넣으면 되는 줄 알고 지금까지 살아왔다. 알아서 잘 처리되고 재활용되고 바다로는 안 가겠거니 하고. 그러라고 존재하는 분리수거함 아닐까? 이 책은 내 생각이 틀렸다며 돌아가고 있는 상황을 알려주는데 솔직히 그동안 무심했던 나에게, 그리고 알고도 모르는 척했을 기업들에게 좀 화가 난다.



점점 편리한 것만 추구하다 보니 일회용 플라스틱 생산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재활용 시설과 폐기물 처리 시설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전체 플라스틱 생산량 중 14%만이 재활용을 위해 수거되고 있고 그마저도 실질적인 재활용이 되는 비율은 약 5%에 불과하다. 심지어 아예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재활용’ 표시가 된 플라스틱 제품 중 상당수는 성분이 매우 복잡해 재활용 비용이 더 많이 들어 재활용이 안되고 있단다.


폐기물로 분류되더라도 매립지나 폐기 시설, 소각장이 부족하기 때문에 매년 수백만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전 세계에서 거래되고 있다. 결국 자국에서 생산한 양을 처리할 방법이 없어서 다른 나라에 파는 것이다. 그런 쓰레기 수입 국가들은 바다에 배출하는 플라스틱 양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전체 플라스틱 쓰레기 중 거의 3분의 1은 폐기물 처리 시설이나 재활용 시설로 아예 보내지 지도 않는다.


이렇게 쓰레기가 돌고 돌아 여러 경로를 통해 결국 바다에 버려지는데, 1분마다 쓰레기 트럭 한 대가 바다에 플라스틱을 쏟아버리는 꼴이란다. 이미 바다에 존재하는 플라스틱은 1억 5천만 톤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버즈 칼리파 300채를 합친 무게이다.


문제는 이 쓰레기가 바다에서 저절로 없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가 단지 몇 분만 사용하고 버리는 플라스틱 병은 바다에서 분해되기까지 450년이 걸린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매년 10만 마리의 바다 포유류가 플라스틱 때문에 죽어 가고 있다. 쓰레기 덫에 걸리거나 음식으로 착각하고 삼켜버려서. 그뿐 아니라 바닷새도 90퍼센트 이상이 소화기관에 플라스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것이 해양동물들이 알아서 해결해야 할 그들의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불행히도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은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오고 있다:


“아주 작은 플랑크톤부터 거대한 고래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물이 플라스틱을 먹기 시작하면서 플라스틱은 먹이사슬의 모든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 플라스틱은 그 자체로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화합물로 만들어졌지만 더 큰 문제는 바다에 들어가서 마치 스펀지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샌디에이고주립대학교 연구진에 따르면 바다로 흘러들어 간 플라스틱은 폴리염화바이페닐과 다른 여러 유독물질을 끊임없이 흡수한다. 홍합, 굴과 같은 조개류와 어류가 먹이인 줄 알고 플라스틱을 삼키는데, 삼키기도 전에 이미 독성이 증가한 상태이기 때문에 플라스틱으로 인한 유독물질의 생물축적은 더욱 심각하다. 이에 대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이제까지 나온 결과만으로도 매우 걱정스럽다.” - <플라스틱 없는 삶> 중에서


해산물에 누적된 유독물질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가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우리는 지금 식탁을 침범하고 있는 플라스틱이 우리에게 어떤 해를 끼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암담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비닐봉지, 일회용 컵, 빨대, 칫솔, 샴푸 등을 사용하면서 그 편리함의 대가로 원했던 결과인가? 지금 편하자고 내 아이, 손자, 손녀의 미래를 희생하고자 했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담뱃갑에 담배연기에 발암물질이 들어있다고 경고의 문구가 포함되어있듯, 플라스틱 제품에 ‘폐기가 어려워 이 플라스틱 제품을 바다거북이가 삼켜서 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미세 플라스틱이 되어 당신의 식탁에 다시 돌아올 수 있습니다’라고 쓰여있었으면 나는 다른 선택지가 있는지 알아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이 속도대로라면 2050년엔 바다에 있는 플라스틱 무게와 양이 물고기보다 더 많아진다고 한다.


“많은 기업이 소비자에게 일회용 제품 외에는 다른 선택지를 주지 않은 채, 사용한 제품을 처리할 계획도 세우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기반시설에도 투자하지 않는다. 수명이 다한 제품을 책임지지 않는 기업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 <플라스틱 없는 삶> 중에서


이 말에 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무책임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소비자들도 각자의 의사와 선호를 명확하게 드러낼 필요가 있다. 기업은 소비자의 강력한 의지를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명 한 명의 변화로 대세의 흐름이 바뀌면, 결국 생산자들과 유통업체들은 바뀔 수밖에 없다.


다행히 한국에도 비닐봉지 판매 금지, 플라스틱 빨대 종이로 대체, 테이크아웃이 아닐 때 머그잔 의무화 등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나도 단번에 모든 플라스틱을 내 삶에서 퇴출시킬 수는 없지만 아래 실천 가능한 것부터 해보기로 했다. 물론 선택은 개개인의 몫이다.


플라스틱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나를 보더니 친구가 한 마디 했다.


“이야~ 이제 환경운동가가 된 거야?”

“아니, 그런 거창한 건 아니고… 내가 싼 똥이 안 치워진다고 하잖아.”




<욕실, 주방>

- 샴푸: 종이 박스로 포장되어 있는 고체 제품 사용

- 샤월 타월 퇴치(어차피 세균 증식 때문에 쓰지 않는 게 좋다고 한다)

- 대나무나 종이 소재로 된 친환경 면봉 사용

- 친환경 칫솔 사용

- 자연분해 제품을 사용하는 생리대 또는 생리컵 사용(생리대 한 개에 비닐봉지 네 개를 만들 수 있는 플라스틱이 들어간다)

- 물티슈 퇴치(비닐로 포장되며, 대부분 플라스틱 섬유로 만들어진다).

- 친환경 수세미 사용

- 가능한 리필이 되는 대용량 제품 사용하기


<옷, 세탁>

*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가운데 3분의 1 이상은 옷을 세탁할 때 마이크로파이버가 세탁기에서 빠져나와 배수구로 흘러 들어가며 발생한다.

- 오래 입을 옷 구매

- 합성섬유로 된 옷 최대한 피하기

- 합성섬유 옷 세탁법: 온도 낮추기, 빨래 가득 차면 세탁하기, 회전 속도 낮추고 시간 짧게 하기, 액상세제와 섬유유연제 사용

- 코라볼(Coraball) 사용(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세탁볼인데 마이크로파이버를 1/3 정도 잡아준다고 한다. 한국으로 배송 가능)


<생활>

- 장바구니 생활화

- 과대포장 제품 피하기

- 텀블러 가지고 다니기

- 웬만하면 쉽게 재활용되는 종이, 캔, 유리병에 담긴 음료 선택


<회사 탕비실에 대해 건의해 볼 것>

- 종이컵 사용 중단(바깥 부분은 종이지만 안에 있는 얇은 비닐 플라스틱 때문에 대부분 재활용 불가)

- 탄산수 제조기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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