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내게 가르쳐준 건, 사랑보다 성장이었다
그냥—
네가 좋았다.
서투른 다정함이,
살갑게 웃으며 다가와 준 마음이
좋았다.
어른스러운 모습도,
책을 읽는 옆모습도.
(그건 ‘데미안’이었을까.)
꼿꼿한 자세,
정돈된 머리,
은은한 향수 냄새.
웃는 눈.
머쓱할 때 나오는 표정.
당황을 감추려 애쓰던 모습.
그 모든 게
좋았다.
“있잖아,
그 향을 너무 알고 싶었지만
결국 물어보지 못했네.”
때때로 힐끗 돌아보던 시선.
지긋이 눈을 맞추던 순간.
내 표정을 따라 그리던 너의 얼굴.
어딘가를 아련하게 바라보던 그 눈빛.
지쳐 기대던 나에게
아무 말 없이 어깨를 내어주던 너.
살포시 닿던 손.
그 손끝에서 전해지던 떨림.
가늘고 긴 손가락.
정갈한 손톱.
언제나 한결같던 인사.
표현이 서툴고 어색하던 말투.
금세 도망치던 그 용기 없는 다가옴까지도—
너는,
온몸으로
네 신념과 의지를 말하고 있었다.
삶을 사랑하는 마음.
내일을 꿈꾸는 태도.
누군가의 마음의 무게를
온전히 담으려 애쓰는
사려 깊은 너.
그냥—
너는 다정했을 뿐인데,
그 시절의 너는
정말, 참
예쁘고 귀한 사람이었다.
이 귀한 감정을
내게 선물하고
흘러가 준 너에게,
고맙다고,
조용히,
존중을 담아
바람에 실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