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인데 더 시끄러운 밤

고독은 혼자 있음이 아니라 마음이 자기와 멀어진 상태다

by 데브라

고독은

사람이 없을 때만 오지 않는다.


사람들 사이에서도 온다.
웃고 있는데도 온다.
대화가 이어지는데도
마음 한쪽이 텅 비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 우리는
“나는 혼자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고독은
혼자 있기 때문에 생기는 감정만은 아니다.
오히려
마음이 자기와 멀어질 때
가장 깊어진다.


하루 종일
해야 할 일들을 처리하고
사람들의 표정에 맞추고
무난한 말을 고르고
괜찮은 사람으로 버티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는 날이 있다.


그날 밤,
혼자 있는 방에서
갑자기 마음이 커진다.


조용해야 할 공간이
오히려 시끄러워진다.


생각이 돌아다니고
기억이 올라오고
말하지 못한 감정들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그때 고독은
외부의 부재가 아니라
내부의 거리로 느껴진다.


나와 나 사이의 거리.


법구경이 건네는 방향은
고독을 없애라는 말이 아니다.
외로움을 부정하라는 말도 아니다.


다만
고독 속에서
마음이 무엇을 붙잡고 있는지 보라고 한다.


고독한 밤의 마음은
대개 두 가지를 붙잡는다.


하나는
“나는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
다른 하나는
“나는 이해받지 못한다”는 생각.


이 두 생각이 굳어지면
고독은 깊어지고
세상은 멀어진다.


그래서 필요한 건
사람을 더 많이 만나는 일이 아니라
먼저
내 마음이 내 곁으로 돌아오는 일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동안
숨이 들어오고
숨이 나간다.


그 숨의 왕복을 따라
아주 천천히
내 안쪽으로 시선을 돌려본다.


그리고
한 문장을 놓는다.


지금, 고독이 있다.


이 문장은
고독을 해결하지 않는다.
하지만 고독이
나의 전부가 되는 걸 막는다.


“나는 혼자야”라고 말하면
나는 고독이 된다.
하지만 “고독이 있다”라고 말하면
고독은 하나의 현상이 된다.


현상이 되면
고독은 더 이상
나를 삼키지 못한다.


그때부터
고독은 조금씩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고독은
나를 벌주는 감정이 아니라
내가 나에게 돌아오라는 신호일 수 있다.


너무 오래 밖으로만 살았다고.
너무 오래 나를 뒤로 미뤘다고.
이제는
내 마음을 한 번 안아보라고.


고독한 밤에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일은
거창한 위로가 아니다.


그저
내가 지금 여기 있다는 사실을
내가 나에게 확인해주는 일이다.


지금, 내가 있다.
지금, 숨이 있다.


그 확인이 반복되면
방은 여전히 조용한데
마음은 덜 시끄러워진다.


고독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
그건 자연스럽다.


다만
고독이 찾아올 때마다
나는 한 번 더
나에게 가까워질 수 있다.


그때 고독은
나를 망치는 밤이 아니라
나를 회복시키는 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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