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는 물건을 사는 일이 아니라 마음을 달래는 방식이 되기도 한다
어떤 날은
뭔가를 사고 싶다.
필요해서라기보다
가만히 있기가 어려워서.
마음이 헐거워진 날,
그 헐거움을
무언가로 메우고 싶은 날이 있다.
그때 소비는
선택이 아니라 반사처럼 나온다.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하고
문 앞에 도착하는 순간까지는
기분이 조금 나아진다.
하지만 포장을 뜯고 나면
허무가 온다.
물건이 나쁜 게 아니다.
문제는
그 물건이
내 마음의 구멍을 막아주길 바랐다는 데 있다.
그래서 어떤 소비는
끝이 없다.
하나를 사면
마음은 잠깐 조용해지지만
곧 다시 흔들린다.
흔들리면 또 산다.
그리고 또 허무해진다.
그 반복 속에서
우리는 모르게 된다.
나는 물건을 산 건지
잠깐의 평화를 산 건지.
법구경은
소비를 죄로 만들지 않는다.
검소함을 미화하지도 않는다.
다만
마음이 무엇을 피하고 있는지
보라고 한다.
충동구매가 잦아질 때
대개 마음은
한 가지를 피하고 있다.
비어 있는 시간.
막연한 불안.
설명할 수 없는 우울.
누군가에게 말하기 어려운 외로움.
그 감정을
정면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마음은 더 쉬운 길로 간다.
바로 ‘채움’이다.
채움은 빠르다.
결제는 한 번이면 끝나고
도착은 하루면 된다.
하지만 감정은
하루 만에 해결되지 않는다.
그래서 채움이 끝나면
감정은 다시 돌아온다.
그리고 마음은
자책을 덧붙인다.
“왜 또 샀지.”
“나는 왜 이러지.”
“나는 절제가 안 돼.”
그 자책이
다음 충동을 더 키운다.
불안이 커지고
불안은 다시
채우는 손을 찾는다.
이때 필요한 건
절약의 결심보다
한 번의 알아차림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동안
최근의 ‘사고 싶음’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그 욕구를
좋고 나쁜 것으로 판단하지 말고
그냥 확인한다.
지금, 사고 싶은 마음이 있다.
지금, 불안이 있다.
이 문장은
소비를 막기 위한 문장이 아니다.
소비가 ‘나’가 되지 않게 하는 문장이다.
현상이 되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
정말 필요한가.
지금 꼭 필요한가.
아니면 마음이 흔들려서
손이 먼저 움직이는가.
선택의 시간이 생기면
삶은 조금 덜 흔들린다.
소비를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큰 각오가 아니라
작은 지연이다.
잠깐만 미루는 것.
오늘이 아니라 내일로 넘기는 것.
결제 버튼 앞에서
숨을 한 번 왕복시키는 것.
그 사이에 마음은
조금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아, 내가 외로웠구나.
아, 내가 지쳤구나.
아, 내가 불안했구나.
그 알아차림이 생기면
굳이 채우지 않아도
마음은 덜 급해진다.
소비는 삶을 돕는다.
하지만 소비가
마음을 대신하려 하면
삶은 허무해진다.
그래서 오늘은
물건을 줄이기보다
채움이 필요한 마음을
조금 더 정직하게 본다.
지금, 내가 있다.
지금, 숨이 있다.
그 사실이 먼저 서면
허무는 줄어들고
소비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