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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신의 일부이며, 창조의 능력을 이어받은 존재

인간과 창조

by 데브라

인류의 오래된 가르침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밑바탕에는 놀랍도록 비슷한 속삭임이 숨어 있다.


“너는 신의 피조물이 아니라, 신의 일부다.”


기독교에서는 인간이 하느님의 형상(Imago Dei) 으로 창조되었다고 말한다.

그 말은 단지 외형의 닮음이 아니라, 창조의 능력이 인간의 본성 속에 새겨져 있다는 의미다.

신이 말씀으로 세상을 열었듯, 인간 역시 언어와 상상, 의지로 자기 세계를 만들어낸다.


힌두교에서는 “아트만(Ātman)은 브라만(Brahman)이다”라 선언한다.

즉, 개별적 영혼은 우주의 근원과 다르지 않으며, 깨달음이란 자신이 전체의 한 조각이 아니라

전체 그 자체임을 자각하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모든 존재가 공(空)하다고 한다.

공은 허무가 아니라, 모든 존재가 서로 의존하며 한 마음으로 일어난다는 진실이다.

‘나’와 ‘세상’이 분리되지 않는다는 깨달음 속에서, 창조란 내면의 의식이 그대로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선도(仙道) 또한 “사람이 곧 하늘이다(人乃天)”라 가르친다.

인간은 도(道)의 일부가 아니라, 도 그 자체의 현현이다.

수련은 외부의 힘을 빌려오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신성을 깨우는 일이다.


결국 모든 종교의 숨은 핵심은 하나로 수렴된다.


우리는 바다 위의 파도와 같다.

파도는 자신을 개별적 존재로 느끼지만, 그 본질은 언제나 바다다. 파도가 사라질 때, 바다 또한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자신을 새로운 형태로 표현할 뿐이다.


이것이 바로 창조의 본질이다.


신이 세상을 창조한 것이 아니라, 신이 스스로를 인간을 통해 체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생각, 말, 감정, 상상—all of it—은 창조 행위의 일부다.


우리가 그 사실을 기억하는 순간, 창조는 더 이상 특별한 능력이 아니다.


그것은 존재 자체의 자연스러운 호흡이 된다.


바다가 파도를 일으키듯, 신은 우리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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