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바람 속 회상
어느덧 무더운 여름과 가을이 지나가고 빠르게
겨울이 다가왔음을 바람의 냄새로 알게 되었다.
차가운 바람의 냄새를 맡다 보면 그 속에서
제일 먼저 느끼는 건 그리움이다.
그 당시 그토록 싫어하고 부정했던 그 과거가
겨울의 바람과 풍경으로 인해서 나의 머릿속에는
되감기 되어 어느새 나는 그 과거의 어딘가에 서있었다.
과거의 나라는 사내아이는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속으로는 원인 모를 공허함과 허무함만이
가슴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가슴을 가득 채운 게 맞을까 아니면
공허함과 허무함이 가득 채운다면 그것은
가슴이 뻥 뚫린 채 있는 것이 아닌가
사내아이는 불우한 가정과 가난으로 인해
어릴 적부터 마음이 닳고 닳아 버려서
항상 고요하게 허공에 떠도는 바람만을
느끼고 바라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내일에 대한 희망 같은 따스함은 찾아볼 수 없이
텅 빈 허전함만을 느끼는 아이에게 잠시라도
위로를 해주는 것은 바람이란 존재였다.
그런 아이는 나이가 들자마자 집을 나섰고
정처 없이 여러 지역들을 떠돌아다녔다.
마음 붙일 곳 없이 좋아하는 바람처럼
어디서 불어와서 어디로 가는지는 정하지 않고
마음이 가는 곳으로 떠돌아다녔다.
하지만 그렇게 떠돌아다니며 많은 일들을 겪고
많은 사람들을 많나도 자신이 느끼는
공허함과 허전함, 허무함 같은 감정들이 어디서
생기는지 원인을 알지 못했다.
그렇게 남들은 무언가를 목표로 삼아 살아가고
친구들은 가정을 꾸리고 자신들을 닮은
아이를 낳아서 기르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쯤 되니 사내 자신의 가족들은
예전의 모습은 볼 수 없이 나이가 들거나
우리가 왔던 곳으로 다시 돌아간 걸 알 수 있었다.
사내는 주위에서 동 떨어진 느낌에 더욱더
공허함을 느끼게 되었고 뒤늦게 남들처럼
살고자 사회라는 세상에 다시 한번 뛰어들었다.
하지만 인생이란 게 그렇듯이 상황은
악화되어 모든 걸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모든 걸 포기하고 짧은 인생을 끝내려는 사내는
어느 봄날 자취방으로 가는 길 아름답게 핀
벚꽃들이 눈 속으로 들어왔다.
그 벚꽃들을 바라보니 어릴 때 매번 사내를 위로해 주던
봄날의 따스한 바람은 꽃내음을 가진 여인이
사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해 주는 듯한 느낌을 느꼈다.
하늘을 바라보니 푸른 하늘 약간의 구름 따스한 햇빛
사방에서 들리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대화소리
콧속으로 들어오는 꽃냄새들 그때 사내는 이제껏 회색빛인 세상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고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그러자 가슴속에서 어떠한 말을 듣게 되었다.
처음 사내는 그 소리에 자신이 너무 힘들었기에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긴 게 아닌가
아니면 너무 힘들어서 헛소리를 듣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들을 했지만 그 후로도 모든 걸 내려
놓고 싶을 때마다 주기적으로 들리는 소리는
"모든 걸 이미 너에게 다 주었는데 왜 그렇게 괴로워하느냐"
이 말이었다 생각해 보니 사내는 20대에도
힘들고 괴로워할 때면 간혹 이러한 소리가 들린걸
알아챘다. 그 당시는 그냥 기분 탓이라 생각하고
힘든 현실에 집중한 탓에 잊어버린 것이다.
그 후로 사내는 자신이 예전부터 느끼고 있는
마음속에서 사라지지 않은 공허함과 허무함들
어느 누구와 있어도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과 같은
감정들의 원인을 자신의 내면을 통해 찾고자 했고
한동안 기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찾아오는 체험들과
느낌들로 알게 된 것은 자신이 느낀 허무와 공허 그리고 외로움의
원인은 자신의 본성과의 멀어짐으로부터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존재는 사내가 이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함께였고
이제껏 살아오면서도 자신의 안에서 함께
모든 걸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함께 있었지만 사내는 그 존재를 잊고 살아가면서
그 존재와의 분리로 인해서 채워지지 않은
공허함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공허와 허무함은 이 세상의 어떤 물질과
어떠한 존재도 채워줄 수 없고 본래 하나였던 존재들이
다시 하나로 만날 때 채워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새들은 한쪽 날개로는 하늘을 날 수 없다.
그저 버둥거릴 뿐이고 날더라도 제대로 된 비행이
불가하다 날개는 양쪽이 다 있어야
하늘을 자유롭게 비행할 수 있음이다.
우리들도 그러하다 우리의 본래 모습은
분리된 나가 아니라 우리가 잊어버린
근원의 존재와 다시 하나로 만나야 비로소
인생이란 하늘을 자유롭게 비행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