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관리는 필수
숫자가 아닌 방향의 문제
한 분야에서 10년, 20년, 30년을 일한 사람들이 있다.
그 시간만 놓고 보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경력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묻고 싶다. 그들 중 과연 몇 명이 진짜 전문가로 불릴 수 있을까.
또 하나의 질문.
한 회사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사람들 가운데 임원에 오르는 비율은 몇 퍼센트일까. 기업마다 차이는 있지만 통상 1~2% 수준이다. 물론 임원이 곧 전문가의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 다만 조직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검증했다는 점에서 하나의 참고 지표는 될 수 있다.
이 숫자가 말해주는 것은 단순하다.
경력의 길이가 곧 전문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왜 오래 일했는데 전문가가 되지 못할까
현장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느낀 결론은 분명하다. 많은 사람들이 ‘경력의 축적’과 ‘경력의 관리’를 혼동한다.
반복은 했지만 확장은 없고
경험은 했지만 의도는 없으며
시간은 흘렀지만 방향은 없었다
이 경우 20년의 경력도 실은 ‘1년의 경험을 20번 반복한 것’에 머물 수 있다. 전문성은 시간의 함수가 아니라 의도적 설계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나의 경력은 어떻게 설계되었는가
필자의 경력은 건설회사에서 시작됐다. 첫 출근 날, 그룹의 계열사들에 대한 안전환경보건을 총괄관리하는 한 분을 만났다. 당시 나는 그저 일개 신입사원이었지만, 그 순간 하나의 목표가 생겼다.
“언젠가 그룹 전체의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자.”
그날 이후 경력관리는 의식적인 나만의 프로젝트가 되었다.
본사 발령 후 내가 세운 첫 전략은 명확했다.
가장 큰 현장으로 가자.
누구도 선호하지 않았지만, 배움과 경험을 위해 자원했다. 현장에서의 치열한 시간은 내 안전관리의 기초 체력을 만들어 주었다. 이후에는 직접 운영 경험을 쌓기 위해 3년 차에 아파트 현장 안전팀장을 맡았다. 그때는 짬이 낮아도 바로 팀장의 역량이 보인다 하면 현장안전관리 팀장을 시켰었다. 물론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그 2년은 관리자의 시야를 갖게 만든 결정적 시간이었다.
경험의 폭을 넓히는 의도적 이동
다음 목표는 해외 경험이었다. 그러나 기회는 쉽게 문이 열리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우회로가 평택의 FED 미공병부대 현장이었다. 국내이지만 해외 기준이 적용되는 현장이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모든 기준과 규칙은 미국 osha기준과 미공병부대의 별도 기준을 지켜야 했으며, 감독들 또한 미국인들이었기에 해외 경험을 국내에서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의 장소였다.
여기서 나는
OSHA 자격 취득, 미공병에서 발주하는 현장의 안전관리를 할 수 있는 자격 취득(기간제이긴 하지만)
미군 감독과의 협업 경험
영어 실무 대응 능력을 집중적으로 확보했다.
결국 사우디아라비아 프로젝트에 HSSE Manager로 참여하게 되었고, 사망사고 없이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 영국인 감독의 추천서까지 받았는데, 이 추천서는 결코 쉽게 발급되는 문서가 아니다. 그만큼 현장에서의 신뢰를 증명하는 결과였다.
전문성은 학습으로 완성된다
현장 경험을 쌓은 후 본사로 복귀했을 때 또 하나의 벽이 보였다. 그룹 핵심 조직은 석·박사급 인력 비중이 높았다. 여기서 나는 다시 결정을 내렸다.
학문적 기반을 갖추자.
건설업 경험만 있던 내가 화공안전 분야 석사에 도전했고, 흐름을 이어 박사까지 마쳤다. 업무와 병행하며 6년이 걸렸지만, 이 과정은 시야의 차원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이후 그룹의 안전환경보건을 총괄하는 그룹연구소에 합류했고, 이 경험을 통해 그룹의 제조업 계열사로 이동하여 건설 중심이던 경험을 제조업까지 확장했다. 제조업에서 처음 접한 PSM은 또 다른 전환점이었다. 정량·정성 위험평가 체계를 체득했고, 결국 첫 PSM P등급을 달성했다. 해당 지역 세 번째 P등급(최우수 사업장) 사례였다.
그 이후 본사 안전경영팀장을 거쳐, 현재는 국내외 해외사이트의 ESH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경력은 ‘쌓는 것’이 아니라 ‘설계하는 것’
돌이켜보면 한 가지는 분명하다. 경력 개발은 선택이 아니라 전략이다. 물론 한 사업장에서 깊이를 쌓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일정 사이클 이후에는 의도적인 도전이 필요하다.
필자가 권하고 싶은 것은 단 하나다.
> 개인의 경영계획을 세워보라.
나의 10년 후 역할은 무엇인가?
20년 후 나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인가?
그 목표에 필요한 경험과 자격은 무엇인가?
연간 경영계획을 세우듯 자신의 커리어 로드맵을 그려보길 바란다. 필요하다면 자격 취득과 학위 도전도 좋은 수단이 된다.
아직도 목표는 진행 중이다
지금의 자리에 왔다고 해서 목표가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목표는 계속 수정되고 있다.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미달성 사유를 기록하며 다음 전략을 보완하고 있다.
현재의 위치에 만족해도 좋다.
욕심이 더 이상 필요 없다고 느낀다면 그것 또한 하나의 선택이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 아직 불씨가 남아 있다면, 지금이 가장 빠른 출발선일지도 모른다.
경력은 저절로 전문가를 만들지 않는다.
의도와 설계, 그리고 반복된 도전만이
시간을 진짜 전문성으로 바꾼다.
그 여정이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활력과 즐거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