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 지 수월하다 했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3개월간의 백수생활이 시작되었다. 이런저런 계획들을 세워보기도 했지만 왠지 사기가 저하된 느낌이라 이 단계까지 오는 동안 노력한 나를 위해 그냥 쉬기로 했다. 한국에도 잠깐 다녀올까 싶긴 했지만 이미 거처가 정해진 지라 현지에 월세를 내며 한국에 다녀오기도 부담스러운 마음이 컸다. 그렇게 그냥 현지에 머무르며 운동도 하고, 여행도 하고, 공부도 하며 여유로운 나날들을 보내기로 마음을 먹자 마음이 가벼워졌다.
먼저 오랫동안 손을 놓고 있던 운동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집 근처 공원에서 종종 달리기와 산책을 하고, 헬스장에 등록해 근력운동도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 확실히 30대가 되니 대사가 느려진 것인지 운동을 해도 태가 잘 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체력을 위함이므로 꾸준히 헬스장에 출근도장을 찍으려 노력했다. 지금 다니는 헬스장은 집에서 걸어서 약 5분 정도 걸리는데, 날씨가 쌀쌀하거나 비가 오면 실외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뚝뚝 떨어져 다음번 집을 구할 때에는 꼭 건물 내에 헬스장이 있는 곳으로 가리라 마음먹었다.
또, 한국과는 달리 대중교통이 촘촘하게 짜여 있지 않아 다른 동네로 이동하려면 늘 중심가로 이동한 후에 다른 지역으로 이동을 해야 해서 시간이 두배로 걸리는 것이 늘 불만이었다. 그래서 집 근처 자전거 가게에 가 중고 자전거도 하나 마련했다. 한국에서도 종종 따릉이를 타고 다녔었는데, 인도와 차도 모두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에는 조금 어려워 사람이나 차가 별로 없는 이른 아침이나 밤에만 골목으로 다녔었는데, 이곳에는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있어 자전거를 타기가 훨씬 수월하다. 아마 출근을 하게 된다면 출퇴근용으로도 애용할 듯하다.
그렇게 늦잠도 원 없이 자고, 자전거로 여기저기 쏘다니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자전거로 다른 동네도 다니면서 나름대로 최고로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카페를 찾는 여정(?)을 떠나기도 하며 3개월이 훌쩍 지나고 어느새 다시금 첫 출근일이 조금씩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