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ecember 디셈버 May 08. 2024

11. 검은색 나이키 백팩의 비밀

첫 출근을 준비하며

3개월의 unpaid holiday 가 끝나고 첫 출근일이 다가왔다. 첫 출근이니만큼 미리 짐을 챙겨두기로 하고 필요한 것들을 정리해 보았다. 먼저 가장 중요한 유니폼. 현지 병원에서는 특별히 지정된 유니폼이 없이 직종에 따른 색깔만이 정해져 있었다. 예를 들면 방사선사는 보라색, 간호사는 하늘색, 헬스케어 어시스턴트는 빨간색 등으로 정해진 식이다. 그렇기에 각자의 체형이나 선호에 맞추어 편한 병원용 스크럽복을 입으면 되는데, 이 것 역시 한국과는 달랐다.


내가 한국에서 근무했던 병원에서는 미리 간호사들의 신체사이즈를 측정해 옷을 맞추어 병동으로 보내주었었는데, 위아래 흰색의 옷이 참 부담스러웠었다. 임상에서 근무를 하다 보면 각종 체액이나 혈액등에 노출되기도 하는데 흰색의 특성상 매번 깔끔한 흰색을 유지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종종 수간호사 선생님에 따라 다림질 및 흰 양말, 흰 간호화를 요구하셨고, 그에 맞추어야 했다...) 특히나 월경날에는 바쁘게 근무를 하다 보면 종종 민망한 상황이 생기기도 하기 때문에 늘 여분의 옷을 준비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현지 병원의 규정은 하늘색 상의에 남색 바지를 입으라는 규정이 전부였기 때문에, 아마존 및 유니폼 판매처를 검색해 유니폼을 구입했다. 따로 유니폼을 구입해 입는 것은 처음이다 보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많아 좋았다. 보통 한국의 유니폼에는 상의에 주머니 두 개 혹은 세 개, 바지에 주머니 두 개가 전부인 경우가 많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주머니가 많은 것을 선호해 바지에만 주머니가 8개가 달린 남색의 통풍이 잘 되고 잘 마르는 유니폼을 구매했다. 또한, 신발 역시 안전이 보장되는 이상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했기 때문에 스케쳐스에서 검은 러닝화를 구입했다.


또 하나 한국과 다른 것은 도시락을 챙긴다는 것이다. 병원 내에 구내식당이 있어 현지 물가의 1/3 가격으로 식사를 할 수 있지만 한식을 좋아하기도 하고, 구내식당이 몇 시까지 운영을 하는지 몰라 간단히 도시락을 챙겼다. 이 외에도 간식, 명찰, 물병, 텀블러, 펜, 립밤, 인공눈물 등 개인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담고, 또 자전거로 출퇴근을 할 예정이다 보니 검은색 백팩이 최선의 선택이 될 것 같아 벌써 5년이 된 나이키 백팩을 골랐다. 유튜브나 숏폼에서 "왓츠 인 마이 백" 해외 간호사 편을 볼 때마다 왜 다들 백팩을 메고 다니는지 의아했는데, 이것저것 담아보니 이만한 가방이 없었다.


그리고 지난번 매니저를 통해 들었던 안내사항들을 한 번 더 점검했다. 내가 근무하게 될 병동은 12시간씩 2교대로 근무가 돌아가며, 7시 반이 인수인계 시간이라고 했다. 그리고 오전에 30분간 morning break, 오후에 1시간의 lunch break 가 있다. 휴가에 관한 내용 역시 설명해 주었는데, 2주 이내의 휴가는 매니저에게 물어볼 필요 없이 근무 신청표에 적어두면 되지만, 2주 이상의 휴가일 경우는 매니저에게 꼭 먼저 상의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제 정말 첫 출근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6주간의 트레이닝을 거쳐 독립까지 무탈히 이어질 수 있기를 바라며 일찍 잠에 들었다.







이전 10화 10. 3개월간의 백수생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