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on Netflix in brunch
* 아직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인 '스위트홈'을 보지 않은 분께는 스포가 될 수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넷플릭스를 처음 설치하고 보기 시작한 콘텐츠는 킹덤이었다.
사실 킹덤 때문에 넷플릭스를 시작했다는 말이 맞다.
그래서 솔직히 난 한 달 무료체험이면 더는 넷플릭스를 정기결제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미드에는 흥미 없는 전형적인 한국 감성 소유자일뿐더러 아예 자막을 무시하고 볼 수 있을 만큼의 능숙한 영어 실력 소유자도 아니어서인지 한국 영화, 드라마, 예능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뜻과는 전혀 다르게 중국의 박쥐 한 마리로 시작했다는 한 바이러스는 사회 곳곳의 기능 자체를 마비시켜버렸고 그 덕에 난 집에 갇혀있게 되면서 유튜브 프리미엄으로는 뭔가 부족했고 넷플릭스 정기 결제를 시작했다.
그리고 올 한 해 동안 킹덤을 시작으로 스위트홈까지 여러 콘텐츠를 보고 또 보았다.
내가 콘텐츠를 즐기는 특징이라고 하면 꽂히는 하나의 콘텐츠를 여러 번 반복해서 보는 것이다.
(그래서 가족이 함께 보는 TV로 다수의 사람과 함께 시청 어려움)
그렇게 반복해서 보다 보면 놓쳤던 대사, 장면들을 캐치하는 재미가 꽤 쏠쏠하기 때문이다.
2020년 초반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만든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가 킹덤 하나에서 시작했다면
지금은 그 수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아주 쉽게 체감할 수 있다.
사실 스위트홈은 공개 예정 리스트에서 썸네일만으로 콘텐츠가 공개되길 기다렸던 콘텐츠이다.
난 스위트홈이 웹툰 원작을 기반으로 했다는 것도 넷플릭스에서 많은 자본을 투자받았다는 사실도 몰랐다.
강력한 썸네일과 괴물이 된 소년이라는 문구로 난 좀비에 관한 이야기인가보다 라는 막연한 추측만 했었고 콘텐츠 공개 예정일이 다가와서야 괴물이 등장하는 웹툰 원작에 대해 알게 되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드라마는 드라마대로, 웹툰은 웹툰대로 장단점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며 내가 생각하는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은 평점은 5점 만점에 3.3 정도가 아닐까 싶다.
스위트홈이 공개되고 그에 대한 평은 극과 극으로 나뉘고 있다.
아마 웹툰 원작에 대한 기대가 컸던 이들에게는 실망감이 크지 않았을까 싶다.
웹툰 원작이라고 하지만 드라마는 웹툰의 기본 설정만을 가져왔고 이미 사전 공개된 메이킹 화면에서 감독이 언급했듯 감독이 보여주고자 했던 건 한국적 감수성,한국적인 신파라고 했으니 이보다 더 감독의 의도를 담아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감독의 의도는 너무나 잘 담겨있었다.
하지만 진정으로 아쉬운 것은 화려한 필모그라피를 자랑하는(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도깨비 연출) 거장의 감독이 연출했다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그 역시 'Netflix pacing'을 피해 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탄탄한 초반부와 달리 늘어지는 중반부를 지나 급하게 마무리 지으려는 후반부에서 그의 연출력은 빛을 발하지 못했고 그 점은 스위트홈의 가장 큰 아쉬운 점이 아닐까 싶다.
또 하나의 아쉬운 점은 오리지널 캐릭터인 '서이경'에게 부재한 당위성과 이중적인 태도가 극 전반의 매력을 반감시킨다는 것이다.
서이경은 단순히 벌크업된 등근육을 보여주기 위한 캐릭터가 아니다.
적어도 그녀는 '크루크루'라는 닉네임으로 괴물화 현상의 비밀을 알리려 했던 그녀의 남편을 찾아간 용감한 히로인이자 그린홈으로 돌아왔을 땐, 편상욱과 함께 범죄자 집단과 싸우는 여전사였다.
하지만 이은혁에게는 차현수를 이용하는 간사한 인간이란 경멸 어린 시선을 보내놓고 군인에게서 풀려나기 위해 제일 먼저 차현수를 팔고 돌아와 살고 싶어 그랬다며 눈물을 지었을 때, 그녀에게선 이은혁에 대한 사과는 찾아볼 수 없었다.
(벌크업 된 내로남불?)
아쉬운걸로 치면야 BGM만한기 있겠냐만 나까지 여기서 언급하지는 않겠다.
음악은 죄가 없기에.
이렇게 아쉬운 점이 있음에도 내가 이 작품을 여러 번 봤던 이유는 신파라 비난할지언정 그 속에 스며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곳엔 예수처럼 희생하며 죽어간 예수쟁이 남자가 있었고, 괴물만도 못한 사람을 본의 아니게 죽인 것에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는 여자를 끝까지 위로하는 살인청부업자가 있었고, 결국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오빠라 부르짖는 여동생이 있었다.
그리고 시한부 노인의 삽질로 얻어낸 벙커 끝에서 그들은 세상에 닿았다.
막연히 죽을 날을 기다리며 모여 살던 그린홈의 사람들 중 반이 다른 반의 희생으로 살아 그린홈을 탈출했다.
웹툰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축이 차현수와 괴물들이었다면
드라마에서의 가장 큰 축은 사람이고 각 캐릭터들의 서사이다.
웹툰에서 상징적이라 할 수 있었던 히키코로리 차현수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방문을 나서는 장면이나 괴물들의 사연들에 큰 매력을 느꼈던 사람이라면 아마 98% 이상은 드라마가 재미없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괴물인 차현수가 사람들을 공격하는 괴물을 물리치고 격리된 곳으로 들어가는 순간 함께 지내던 이들이 사과하고 미안한 눈으로 쳐다보며 차현수에게 선택권을 넘겼을 때, 차현수가 스스로 격리실 문을 닫고 사람들을 향해 뒤돌아서는 순간에 의미부여가 가능한 사람들이라면 스위트홈을 꽤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다. (7화 참고)
나는 스위트홈을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이진욱, 김남희, 이도현의 발견.
주인공 송강의 비주얼과 비중에 비해 1.5% 아쉬웠던 무언가.
서이경이 아닌 벌크업 된 이시영의 등장.
역시 자본이 들어가면 달라지는 비주얼의 힘.
6, 7, 8화에 모든 걸 쏟아내니 남는 건 아쉬움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