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자 하는 마음을 의심하게 됐다

by Late Realizations

한동안 나는

잘하고 싶은 마음을

좋은 마음이라고 믿었다.


열심히 살고 있다는 증거 같았고,

포기하지 않았다는 표시 같았고,

지금 이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있다는

확인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그 마음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가만히 돌아보면

내가 가장 많이 망가진 순간들은

대부분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앞에 나와 있을 때였다.


조금 더 잘해보려고

기준을 올리고,

조금 더 나아지고 싶어서

속도를 당기고,

남들보다 뒤처지고 싶지 않아서

쉬지 않았다.


그 마음은 선했지만,

결과는 늘 비슷했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생각보다 쉽게

나를 몰아붙였다.


오늘을 견디지 못하게 만들고,

지금의 상태를 부정하게 만들고,

아직 감당할 수 없는 선택을

앞당기게 했다.


나는 그 마음 때문에

앞으로 간 게 아니라,

나 자신을

계속 밀어내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잘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올 때

조금 멈춰 보게 됐다.


이 마음이

나를 성장시키고 있는지,

아니면

지금의 나를

부정하고 있는지.


둘은 생각보다

아주 가까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때로는

불안이 입은 가장 그럴듯한 옷이었다.


뒤처질까 봐,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될까 봐,

지금 이 시간이

의미 없어질까 봐

급하게 생겨난 감정.


나는 그걸

의지나 열정으로

착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요즘의 나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오면

그걸 바로 믿지 않는다.


대신

지금 이 마음이 없더라도

계속할 수 있는 방식이 있는지를 본다.


그 질문 앞에서

아무 대답도 나오지 않으면

굳이 움직이지 않는다.



이상하게도

그렇게 했을 때

오래갔다.


불타지 않아도,

스스로를 설득하지 않아도,

그냥 이어졌다.


나는 그제야 알았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 자리에

비로소

계속할 수 있는 구조가

남는다는 걸.



혹시 요즘

무언가를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조금 숨이 막히고 있다면

이 질문 하나만 남겨두고 싶다.


이 마음은

나를 앞으로 보내고 있는가,

아니면

지금의 나를

조금씩 밀어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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