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by Late Realizations

요즘 나는

무언가를 해냈다는 말보다

아직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감각이

조금 더 편해졌다.


예전에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왜 이 속도인지,

언제 결과가 나오는지

항상 말할 준비를 하고 살았다.

설명은 방어였고,

계획은 변명이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이 오면

괜히 마음이 급해졌다.

이렇게 지나가도 되나,

뒤처지는 건 아닐까,

지금 이 시간이 나중에

후회로 남는 건 아닐까.


그래서 설명을 붙였다.

이건 준비 기간이고,

이건 과정이고,

이건 곧 쓸모가 될 거라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설명이 나를 살리는 게 아니라

조급함을 연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설명은 나를 안심시키는 대신

계속 앞으로 밀어붙이고 있었다.


요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하루를 보내는 날이 있다.

눈에 띄는 성과도 없고,

딱히 자랑할 만한 일도 없는 날.


그런데 이상하게

그런 날들이

나를 망치지 않는다.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은

낭비가 아니라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 가깝다.

아무것도 안 한 게 아니라,

아직 말로 만들지 않았을 뿐이다.


모든 시간은

결과로 증명되어야만

가치가 생기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

어떤 시간은

지나가고 나서야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나는 요즘

조금 늦게 말하려고 한다.

조금 늦게 설명하고,

조금 늦게 정리하려고 한다.


지금 이 시간이

무엇이 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급히 증명하느라

망치고 싶지는 않아서.


당신은 어떤가.

지금 보내고 있는 이 시간에 대해

이미 너무 많은 설명을

붙이고 있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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