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놓고 쉬지 못하는 때

뒤처진 자신이 오직 지금만 달릴 수밖에

by Late Realizations

요즘 나는

마음 놓고 쉬지 못한다.


쉬면 안 될 것 같아서가 아니라,

지금 쉬면

다시는 이 속도로 달리지 못할 것 같아서다.


뒤처졌다는 감각이 있다.

막연한 불안이 아니라

꽤 구체적인 계산에 가깝다.

이미 늦었고,

이미 돌아왔고,

이미 여러 번 다시 시작했다는 사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쉼을 선택하지 않는다.

도망쳐서가 아니라

판단해서다.


삼십 대 중후반.

이제는 몸이 말을 해주고,

앞으로는 더 솔직해질 나이다.

지금은 잠을 줄여가며 달릴 수 있지만,

이 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도 안다.


조금 더 지나면

체력은 분명히 떨어질 것이고,

삶에는 사람이 더 생길 것이고,

책임져야 할 것들은

지금보다 훨씬 구체적인 얼굴을 하고

앞에 놓일 것이다.


그때는

이렇게 무리하는 선택 자체가

선택지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지금 달린다.

열정이나 동기부여 때문이 아니라,

이건 마지막으로 가능한 방식의 노동이기 때문이다.


뒤늦게 시작한 사람에게

시간은 늘 빚처럼 느껴진다.

나는 그 빚을

조금이라도 갚아보려고

지금의 시간을 쓰고 있다.


물론 알고 있다.

이 방식이

완벽한 해답은 아니라는 걸.

지금의 속도가

언젠가는 분명히

나를 다시 시험할 거라는 것도.


하지만 적어도

이 선택은

무의식이 아니라

자기 인식 위에 있다.


나는 나를 몰아붙이고 있는 게 아니다.

지금의 나에게

가능한 최선을

냉정하게 계산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오늘도

마음 놓고 쉬지는 못하지만,

이 시간을

함부로 낭비하고 있다는 느낌도 없다.


언젠가

정말로 쉬어야 하는 때가 오면,

그땐 이유를 붙이지 않고

멈출 생각이다.


지금은

아직 달릴 수 있는 때고,

나는 그 사실을

꽤 분명하게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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