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를 위로해준 뮤지션, 체스터 베닝턴을 추모하며
밴드 린킨파크는 1996년 결성해 2000년 앨범 < Hybrid Theory >를 시작으로 데뷔했습니다. 특유의 폭발적인 보컬과 연주, 랩을 결합한 음악은 많은 팬을 사로잡았고, 이들은 세계적인 인지도를 쌓게 됩니다.
다양한 변화를 준 음악으로 활동을 이어가던 중, 2017년 큰 사건이 발생합니다. 밴드의 보컬이던 체스터 베닝턴이 2017년 7월 자살로 세상을 떠난 것입니다. 사인은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로 발표됐습니다.
그의 사망 이후에도 유튜브 채널 찾는 팬들
밴드 린킨파크는 보컬의 사망 후 2년 넘게 공식적인 앨범 활동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멤버들이 각자 앨범을 내거나 방송 출연 등 개인 활동을 하는 모습도 보이지만, 멤버의 사망 후 트라우마 극복에 시간을 들이는 듯합니다. 가까운 누군가 사망해 곁을 떠나는 일은 큰 충격이니까요.
구독자 1400만 명을 넘긴 린킨파크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여전히 과거의 공연 영상, 혹은 체스터 베닝턴을 추모하는 영상이 간혹 업로드되기도 합니다. 기존에 알려진 곡 영상 중에서는 조회수 12억 회를 넘긴 것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댓글도 계속해서 작성되는 중인데, 체스터 베닝턴을 그리워하거나 그의 추모를 담은 글도 많이 쌓여가는 걸 확인할 수 있어요.
“수많은 이의 삶을 살렸지만 자신을 구하지는 못했군요. 체스터, 편히 잠들길.”
“당신이 우릴 도와준 것처럼, 우리가 당신을 돕지 못해서 미안해요.”
린킨파크는 힙합과 록을 섞은 장르의 강렬한 음악을 선보였습니다. 그러면서도 가사는 꽤 섬세했어요. 불안, 공황 등의 감정을 세밀하게 묘사한 가사는 듣는 이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어떤 곡에서는 위로를 주기도 합니다.
I want to heal
난 치료받고 싶어
I want to feel
난 느끼고 싶어
What I thought was never real
내가 생각했던 것들은 모두 실제가 아니야
I want to let go of the pain I've held so long
너무나 오랫동안 짊어져왔던 고통들을 떠나보내고 싶어
[Erase all the pain 'til it's gone]
모든 고통들이 사라질 때까지 지워 버리고 싶어
I want to heal
난 치료받고 싶어
I want to feel
난 느끼고 싶어
Like I'm close to something real
내가 어떤 실재하는 것과 가까이 있다고 느끼고 싶어
I want to find something I've wanted all along
내가 오랫동안 원하던 것을 찾고 싶어
Somewhere I belong
내가 속한 장소를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감정을 표현한 가사들. 듣고 읽다 보면, ‘나만 이런 기분을 느끼는 게 아니구나’ 혹은 ‘난 혼자가 아니구나’ 싶은 안도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이런 가사에 힘을 불어넣는 건 체스터 베닝턴의 개성 있고 강력한 목소리였습니다.
그의 죽음 이후, 사망 직전 공개된 영상은 많은 걸 생각하게 합니다. 삶을 스스로 끝내기 전, 체스터 베닝턴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밝게 웃는 모습을 남겼습니다. 우울증의 무서운 점 중 하나는, 겉으로 다 드러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내면이 곪아 썩어가도 있어도, 다른 사람 앞에서는 웃게 되고 밥도 어떻게든 넘기게 됩니다. 그렇다고 괜찮아지는 게 아니지만, 괜찮은 척을 하면서 버티는 거죠.
그가 우울증을 앓다가 떠났다는 게 알려진 뒤, 뒤늦게나마 그도 가사 내용만큼이나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댓글을 달고 있는 것으로도 보입니다.
“우울증을 겪는 사람으로서, 이 밴드는 내 젊은 날에 가장 긍정적인 무언가였어. 명복을 빌어요, 체스터.”
“내겐 공포가 있고 그게 날 끌어내려요. 이 노래는 내가 그걸 마주하고 나아지게 만들어요. 고마워요, 편히 잠들길.”
읽다 보면 먹먹해지는 내용의 글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음악이라는 건, 그리고 예술이라는 건 결국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누군가에게 작지 않은 의미를 전달하는 거겠죠.
밴드 린킨파크가 팀원을 잃고 상실을 겪는 나날에서 멈추지 않고 더 나아갈 수 있길 바랍니다. ‘극복’이라는 말로 쉽게 표현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그래도 살아가는 동안 계속 나아가야겠죠.
체스터 베닝턴은 떠났지만, 그가 남긴 음악은 여전히 많은 이에게 용기와 위로를 주고 있습니다. 힘든 일을 겪는 사람들에게는 쉽게 얻지 못할 공감도 줄 테고요. 저도 우울증을 앓고, 혹은 힘겨울 때 그의 음악을 듣곤 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저도, 많은 이들도 그럴 겁니다.
결국 슬픔은 남겨진 자들의 몫일 겁니다. 지난 7월 20일은 그의 2주기였습니다. 2년 전 세상을 떠난 체스터 베닝턴이 편히 쉴 수 있길 바랍니다. 그의 명복을 빌며, 어느 팬이 남긴 댓글로 글을 마칩니다.
“체스터가 떠났다고 슬퍼하지 말아요.
그가 있었다는 걸 기뻐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