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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수 Jan 06. 2019

우울증 고백한 백세희 작가, 그가 전해주는 위로의 말

[리뷰] 팟캐스트 ‘말하는 몸’ 6화 - 백세희 작가 편

팟캐스트 ‘말하는 몸’ 6화 -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쓴 백세희 작가 편 리뷰입니다. 이번 방송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은 몸'은 백세희 작가가 <헝거>의 일부분(아래)을 낭독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나는 페미니스트이고, 여성을 비현실적인 이상에 구겨 넣으려 하는 천편일률적인 미의 기준이 사라져야 한다고 믿는다. 다양한 체형을 포함하는 더 넓은 의미의 미의 정의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여성이 자신의 몸을 편안하게 여기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 자신의 몸을 세세한 부분까지 바꾸려 들지 않아야 한다고 믿는다. 한 인간으로서 나의 가치는 내 옷의 사이즈나 외모에 있지 않다고 믿고 있다. 내 몸이나 내 몸이 어떻게 보여야 한다는 것에 대한 비합리적 기준에 저항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다." - 록산 게이, <헝거> 중에서


팟캐스트 '말하는 몸'은 여성 출연자가 직접 록산 게이의 책 <헝거> 중 일부를 낭독하고, 자신의 몸에 관한 솔직한 고백을 하는 형식으로 구성된 방송입니다. (관련 글 - 위안부 생존자·배우·유튜버까지, 여성이 말하는 ‘몸’) 최근 팟빵과 아이튠즈 팟캐스트를 통해 8화 <썅년의 미학> 민서영 작가 편까지 공개됐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6화에 출연한 백세희 작가 편을 다루고자 합니다.


백세희 작가가 방송에서 말한 것처럼,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작가가 자신의 정신과 치료기를 담은 에세이입니다. 지난 2018년 6월 발간돼 현재까지 베스트셀러에 오를 정도로 많은 인기를 끈 책인데요. 독립 출판물로 인쇄해 소규모로 찍어낸 책이 '대박'이 난 셈입니다. (관련 기사 :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제목은 사실)


사실 저도 읽으면서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우울증을 겪고 현재까지 약물 치료를 받는 중이기도 하고, 우울증이 심할 때는 죽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강했던 기억이 아직 남아 있으니까요. 무엇보다도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다'는 책의 제목이 눈길을 끌어당깁니다. 사실 그런 마음이 저를 지금까지 살아있게 한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제 경우엔 사실 떡볶이가 아니라 닭강정이었습니다...)


다시 팟캐스트 얘기로 돌아가면, '말하는 몸'에 출연한 백세희 작가는 자신이 기분 부전 장애'라는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고백합니다. 경도라고 해도 유동적이라고 덧붙이면서요.


"어떤 날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고, 어떤 날은 자살 사고가 너무 심하게 들어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루 종일 할 정도로 좋지 않고. 밖에 나가지도 못할 만큼. 그런데 또 어떤 날엔 행복하게 잠들어요. 이런 식으로 감정이 너무 널뛰고. 일반적인 날 내가 너무 우울한 날이 반복되니까, 간혹 내가 예민하거나 우울한 사람인 건지 아니면 정말 우울증인 건지 좀 헷갈리는 병이라고 해요."


정신과 상담을 받으면서 제가 받은 진단명이 같지는 않지만, 저도 그랬습니다. '말하는 몸'에서 백세희 작가가 한 말을 들어보면, 저만 비슷하다고 느낀 건 아니었나 봅니다.


"사실 '나랑 비슷한 사람이 조금은 있겠지'라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베스트셀러가 될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던 거죠. 그래서 처음엔 놀랐어요. '아, 이렇게 많은 사람이 비슷한 증상을 겪고 있구나. 도대체 어디에 있었던 거지?' 이런 생각이요. 그리고 가장 많이 받았던 메시지가 '내 일기장인 줄 알았다'는 메시지예요."


방송에서 백세희 작가는 말합니다. 자신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공감이 된다는 의견이 많아져서 '아,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위안을 얻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아팠다고. 백세희 작가 본인이 힘들었던 만큼 많은 사람들도 힘들었다는 것 아니겠느냐고요. 우울증을 겪는 많은 사람들이 그러는 것처럼, '내가 예민한 거야' 혹은 '내가 나약한 거야'하고 자책하며 괴로워하며 숨기고 감추었을 상처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팠다고요.


"근데 일단 '나랑 비슷한 사람들이 많고, 내가 이상한 게 아니다' 이거 자체가 엄청 큰 위안을 주는 것 같아요. 외로움이 조금 덜해졌어요. '혼자가 아니구나'라는 생각 때문에."


팟캐스트 '말하는 몸' 트위터 계정(@myhunger_kor) 글 갈무리.

그리고 우울증과 불안 장애를 앓으면서 제가 그랬듯이, 백세희씨도 우울이 몸을 짓누르는 듯한 무게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지난 글에서 제가 고백했던 게 떠올랐습니다. 방송을 듣다 보니 우울증이 심하던 저의 지난 몇 년이 떠올랐어요.


"약해진 마음이 몸을 지배할 때면, 침대에서 한 발자국도 몸을 움직일 수가 없고... 우울이 몸을 짓누르는 듯한 무게감을 느껴요. 굉장히 강하게. 그래서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어서 회사를 다닐 때 연차를 쓴 적도 여러 번 있어요. 욕먹기 싫어하는 성격인데도 너무 힘들어서. 그런데 사실 이런 상황에서도 몇 년간 꾸준히 사회생활을 했었고,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충분히 의지로 가능한 부분이다' 다들 힘들고 다들 회사 가기 싫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그런 식으로 몸을 혹사시키면 탈이 나듯이 내 마음을 혹사시키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다 보니까요. 몸과 마음이 모두 무너지는 결과를 낳았어요."


백세희 작가의 솔직한 고백을 들으면, 그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기운이 나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백세희 작가 본인도 그랬다고 말한 것처럼,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라고 청취하는 입장에서도 위로가 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방송분에서는 백세희 작가가 말하는 '여성의 몸', 사회가 강요하는 '미의 기준' 등에 관한 생각도 들을 수 있습니다. 앞서 낭독한 <헝거>의 내용에서도 살펴볼 수 있듯이요.


여성의 몸에 관해서, 그리고 우울증에 관해서... 더 많은 여성들의 목소리로 말하는 솔직하고 당당한 고백이 더 많아질수록, 편견이 줄어들고 더 나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런 차원에서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더 많은 사람이 듣길 바라는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 -

팟빵에서 듣기

아이튠즈 팟캐스트에서 듣기

(트위터 or 인스타그램에서 '@myhunger_kr'로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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