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선
고조선의 세력 범위 출처:(주)금성출판사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우리나라 최초의 국가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고조선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우리의 주요 터전인 만주와 한반도에서 ‘국가’라고 부를 만한 조직체가 있었고, 특히 그 존재가 기록으로 남았다면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며, 그 존재가 고조선이다.
고조선에 관한 우리나라 최초의 기록은 고려 시대 때 스님 일연(一然, 1206~1289)이 쓴 ‘삼국유사(三國遺事)’이다. 삼국유사 기이(紀異) 편은 고조선으로 시작하여 위만조선으로 이어진다. 일연은 ‘고조선’이라는 국호와 함께 ‘왕검조선’을 나란히 표기하였다. 고조선에 관한 이야기는 중국의 역사책 ‘위서’를 들어서 아래와 같이 서술한다.
“지금부터 2,000년 전에 단군왕검이 있어 아사달에 도읍을 정하고 나라를 열어 조선이라고 불렀으니, 바로 요 임금과 같은 시기이다.”
고조선의 본래 이름은 ‘조선(朝鮮)’이다. 한자로는 1392년에 이성계가 세운 조선 왕조와 같다. 일연이 ‘고(古)’조선이라고 이름한 데는 이(李)씨 조선 왕조와 구분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래전 조선’이라는 의미이거나, 이어지는 위만 조선과 구분하여 앞선 시기라는 의도인 것 같다.
“단군왕검은 당요(唐堯)가 즉위한 지 50년이 되는 경인년(庚寅年, 당요가 즉위한 원년이 무진년(戊辰年)이니, 50년은 경인년이 아니라 정사년(丁巳年)이므로 아마 사실이 아닌 듯하다)에 평양성에 도읍을 정하고 비로소 조선이라고 불렀다.”
일연은 ‘고기(古記)’를 들어 위와 같이 고조선의 건국 연도를 서술하였다. 우리는 위 기록으로 기원전 2,333년에 고조선이 건국되었다고 추론하지만, 일연 스스로 건국 연도의 신빙성에 의심을 품고 있는 것을 보면, ‘기원전 2,333년’은 아마도 실제 건국 연도라기보다 상징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고조선의 중심지에 대해서도 갑론을박하지만, 지금의 랴오닝 지역과 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발전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지역에서 비파형 동검과 탁자식 고인돌이 출토되기 때문인데, 이 유물이 고조선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맥락적으로 추론할 뿐이다.
고조선은 나름 국가 체계를 탄탄히 갖추었다. 군장을 ‘왕(王)’이라 불렀고, 왕위를 세습했으며, 관직도 두었다. 또한, 법을 만들어 백성을 다스렸는데, 흔히 ‘8조법’이라 가르친다. 그러나 고조선의 법률을 기록한 ‘한서’ 지리지에서는 ‘범금 8조(犯禁八條)’라고 썼다. 내용은 아래와 같다.
“낙랑조선에서는 금지하는 법 여덟 조항이 있다. 사람을 죽인 자는 즉시 죽이고, 남에게 상처를 입힌 자는 곡식으로 갚는다. 도둑질을 한 경우 남자와 여자 할 것 없이 노비로 삼는다. 용서를 받고자 하는 자는 한 사람마다 50만을 내야 한다. 비록 용서를 받더라도 이를 부끄럽게 여겨 혼인을 할 수 없다.”
이로써 당시 사회가 형벌이 엄했다는 것과 개인의 사유 재산이 있었다는 것, 계급이 있었고, 돈을 사용했다는 것 등을 추론할 수 있다.
고조선은 중국의 연(燕) 나라와 경쟁하였다. 연은 고조선의 서쪽 경계에 맞닿아 있는 국가로, 기원전 3세기 초에는 고조선을 공격하여 고조선의 국가 기반이 크게 흔들리기도 했다.
중국 진(秦) 왕조가 멸망하고, 한(漢) 왕조가 다시 통일하는 혼란기에 서쪽에서 들어온 ‘위만(魏滿)’이라는 사람과 그 세력은 기원전 194년에 권력을 잡았다. 준왕을 몰아내고 집권한 것인데, 중국에서 가져온 철기 문화는 그들 세력의 핵심 요소였다. 이후 위만 조선은 중국 한 왕조와 북방의 흉노와 더불어 동아시아의 강국으로 발전하였다.
특히 고조선은 한반도 남방의 진(辰)과 교류하며 중국 한 왕조와 진의 무역을 이어주면서 경제적으로도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가 흉노에 대한 외교 정책 차이로 중국 한 왕조의 무제(한무제)가 쳐들어왔고, 약 1년간 저항하다가 멸망하였다(기원전 108년). 이후 고조선은 한 왕조의 간섭을 받았다.
* 삼국유사의 고조선 관련 기록은 김원중이 옮기고 을유문화사에서 출판한 ‘삼국유사’에서 인용하였다.
